'ESG혁신 클래스’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의 ESG 사례와 트렌드를 조명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입니다.
웹 지면을 통해 제공하는 ESG, CSR 관련 '가치 콘텐츠’에 기업의 책임자와 실무자, 관련 전문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ESG-CSR 신규 프로젝트와 함께 관련 성과를 집중 소개하는 코너도 본 섹션에 신설합니다. 관심 있는 기업과 기관, 단체들의 취재문의(kevin@nextdaily.co.kr) 바랍니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면서 강조되는 주제가 있다. 조직문화의 주요 흐름으로 강조되는 'DEI'가 그 주인공이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의 첫 글자의 약어로, 조직 내 구성원 개인의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일컫는 의미다.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조직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ESG 경영의 화두가 ‘S’에 집중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양한 DEI 전략과 DEI 리더선임 등 담당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공평(Equity)은 자칫 평등(Equality)과 혼동될 수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조직원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평한 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개인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인종, 성, 경제상황, 장애 등을 뜻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공평을 강조하며 더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글로벌 기업은 ESG 보고서와 함께 DEI 보고서를 공개하는 행보를 보이며 조직 내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견고히 하고 있다.

다양성(Diversity)·공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성 위해 'DEI' 강조 추세
사회구성원 개인의 다름·다양성 가치 존중하는
'공평'에 무게 두고 DEI 리더선임 등 전략조직 확대

그렇다면 국내 DEI 현황은 어떨까? DEI 중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는 지점은 공평(Equity) 영역인 조직원의 성비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개선이나 중간관리자와 임원의 여성 비율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ESG 경영보고서에서 밝히는 주요 항목이면서 많은 기업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에는 다수의 여성 임원승진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너가가 아닌 첫 여성 사장이 탄생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변화의 속도가 느린 지점은 ‘장애인 채용’ 관련 이슈다. 구성원의 다양성과 평등한 노동기회 제공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율을 두고 있다. 

장애인 고용 촉진과 직업재활법에 따라 민간기업은 3.1% 이상의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하면 부담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계열사 852곳 중 고용률 3.1%를 충족한 곳은 28%(242곳)에 불과했다. 업무 특성이나 전문성에 맞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직장 내 성비개선 등과 달리 느리고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채용은 S영역의 아킬레스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무 적절성과 자격조건 등에 따른 지원자가 없다는 불만이, 장애인 구직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적은 기회가 문제다.

클래스 4강에서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기업의 사례와 다양한 협업 모델을 조명해 본다. 

장애인 채용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직무적합성이다. 다양한 장애 유형별로 근로가 가능한 직무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의 적합성이 부합해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만족하는 직무를 개발하고 채용을 진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모델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정부에서 기업의 운영부담 완화를 위해 만든 제도로,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요건을 갖춘 자회사 설립 후 장애인을 고용하면 모회사 고용인원으로 인정하는 형태다. 

LG디스플레이, 롯데제과, SK하이닉스 등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구축하고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직무개발, 직무 적합성, 다양한 행정기준 등 사업장 운영을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이 적지 않기에 이 사업장의 증가 추세는 더딘 편이며, 2021년 기준으로 126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이슈 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장애인 직업훈련과 채용으로 베어베터가 운영하는 '브라보비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기업들 CSR사업 하면서도 장애인 고용 겉돌자  
'자회사형-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장
장애인 직업훈련·채용 '브라보비버' 사업이 본보기
GS리테일 '늘봄 스토어'도 기업의 업 반영한 좋은 예

브라보비버의 장애인 채용 공고(왼쪽)와 이 곳에서 만든 제품.
브라보비버의 장애인 채용 공고(왼쪽)와 이 곳에서 만든 제품.

'베어베터'는 지속가능한 발달장애인 고용을 미션으로 커피, 제과, 화훼, 인쇄, 발달장애인 고용 컨설팅 영역에서 10년간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베어베터가 운영하는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브라보비버는 라인플러스, 매일유업,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한국투자증권, KCENC, 카페노티드 등 수도권 10개 기업이 지분을 투자해 총 9억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사업장이다. 

장애인 직무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베어베터가 사업 운영과 인사 관리를 책임지고, 발달장애인 근로자 54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제과와 드립백 커피 등을 생산해 지분투자 기업 등에 납품한다. 

참여 기업은 지분율에 따라 장애인 고용을 인정받는다. 초기 자본금과 이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매출 기여를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사업장을 통해 생산한 물품을 지급받는 것이다. 지분투자 기업 중 요식기업과는 제품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지분투자형 사업장에 참여하는 게 단순 예산을 통해 어려운 운영의 이슈를 비껴갔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인 의무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채용 미달성에 따른 부담금을 지급하는 회피성 대응보다는 장애인 채용 기회를 확대하면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긍정적인 모델이라고 본다. 

외에도 장애인의 직무기회 향상과 고용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사례도 있다. GS25로 잘 알려진 GS리테일은 사회공헌사업 ‘늘봄 스토어’ 운영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GS리테일은 다양한 사회 취약계층과의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스토어’,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형 점포 ‘내일스토어’, 청년층의 직업체험 기회를 위한 '청년 드림스토어'와 ‘늘봄 스토어’가 대표적 사례다. 

늘봄 스토어는 발달-정신장애인이 직업훈련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역할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2019년부터 시작한 장애인 직업훈련형 편의점으로 다양한 전문 기관들과 함께 4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늘봄 스토어를 통해 직업훈련을 진행한 장애인 근로자는 능력별 직무개발, 재활 계획을 수립해 직무 역량을 높이고, 스토어매니저 업무 수료 후 성취도에 따라 매장에서 계속 근무하거나 다른 직영점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기업이 가진 점포 운영과 유통 노하우 등을 지속적으로 전수해 단순 체험이나 역량 증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채용 연계까지 진행하는 모델이다. 기업의 업을 반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사업 모델이다. 

GS리테일은 지역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일련의 노고를 인정받아 2021년 좋은 일자리 관련 고용노동부 장관상에 이어 대한민국 일자리 유공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SG 경영과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면서 경영, 사회문제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던 문제들이 통합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ESG 중 E(환경)영역에 대한 집중도가 높지만 머지않아 조직문화와 연계된 S영역의 이슈들이 화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기존의 문제들과 문제 해결이 조금 더딘 주제들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도 ESG 경영의 순기능이라고 판단된다.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는 과도기를 거치면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조금은 더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한다.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모든 기업을 응원한다.

 

** 강의를 진행하는 이순열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에서 최고소셜임팩트책임자(CSIO)를 맡고 있다. 다양한 NGO와 국제기구에서 아동노동 근절,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 경험을 밑거름으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육성과 기업사회공헌, ESG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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