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8년만에 기준금리 0.75%인상...자이언트 스텝
정부 물가안정 최우선 과제 삼아...시장 상황 보고 대응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 연준이사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 연준이사회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이 28년 만에 최대폭의 기준금리를 이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현지시간 15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종전 0.75∼1.00% 수준에서 1.50∼1.7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연준이 이와 같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자이언트 스텝)한 것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계속되는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늘 관점에서 50 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혹은 75bp 인상이 다음 회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말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물가는 잡히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까지 발발하자 지난달 22년 만의 0.5%포인트(빅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경제전망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오늘 75bp 인상은 이례적으로 컸다(unusually large one)"며 "이러한 규모가 흔한(common)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FOMC는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한 점도표를 통해 연말까지 금리가 3.4%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금리는 3.8%까지 상승해 3개월 전 전망보다 1%p 높게 예상됐다. 2024년 금리는 3.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기존의 2.8%에서 1.7%로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4.3%에서 5.2%로 높였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인플레이션은 기존보다 0.2%p 높은 4.3%로 전망됐다.

FOMC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매우 예의주시한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에 정부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6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정부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연준의 큰 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이 중첩되면서 현 경제상황이 복합적 위기"라며 "정부와 관계기관은 상당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어 "미국 금융시장은 그동안 인상을 예상하고 움직였던 점 등을 반영해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앞으로 긴축 가속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비상한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복합위기'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현안물가에 보다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과 함께 공급측면의 원가부담 경감,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 방지 등 다각적 대응노력을 강화한다. 또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 대응노력을 강화하고 외환시장의 경우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유지하면서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채권시장에서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정부의 긴급 바이백,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등을 적절한 시점에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유동성과 건전성, 금융업권 간 취약한 연결고리 등을 집중 점검해 시스템 리스크 사전예방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우려와 관련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나타나는 부분에 대해선 한은과 앞으로 계속 논의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계획"이라며 미 자이언트 스텝에 맞춰 우리 기준금리를 한번에 50b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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