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미션 담아 가치소비 MZ세대들도 주목
대기업 가치사슬과 연계 땐 'K-ESG' 미래 밝아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회사 가치사슬(R&D, 제조, 생산, 유통, 고객관리, 마케팅 등 회사의 모든 사업 영역) 전반에 걸쳐 회사의 책임을 확대하면서 고객, 협력사, 주주,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력과 연대가 중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ESG 시대에 맞춰 창업부터 ESG 미션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창업자 자신이 ESG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ESG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기업들과 다르게 ESG스타트업은 환경, 기후변화대응, 농업기술, 포용금융, 혁신기술 등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분야를 기반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ESG 변화의 물결을 타고 도약과 성장 일기를 써가고 있는 ESG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분야별로 살펴 본다.

사회(S)부문_ 크레파스솔루션  외환위기 이후 감독기관의 법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이나 담보력이 없거나 낮은 청년, 서민 등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나 사채 의존으로 인한 하게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개인 파산을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청년에게 없거나 낮을 수밖에 없는 금융 신용점수 대신에 비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청년의 신용을 평가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ESG 금융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행 금융관련 법규로는 ESG 금융을 수행하기 어려운데 반해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사회(S)부문_ 블루레오  우리 사회에는 의외로 양치질이 힘든 사람들이 많다. 장애인, 고령자를 비롯해 자기 스스로 양치가 힘들어 양치질과 양치물을 뱉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블루레오는 이들의 양치질을 도와주기 위해 양치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칫솔을 개발했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세척물을 빨아들리는(썩션 기능)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같이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전용 제품을 만드는 일은 수익성 측면에서 사업성이 떨어져 소비재 대기업들이 외면하는 시장이다.  블루레오는 비장애인을 위한 기능성 제품과 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같이 만들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양치가 어려운 장애인뿐만 아니라 수술환자, 노약자, 유아 등 비장애인들도 기능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혁신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S)부문_ 메디엔비테크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와상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기본적인 욕구인 배변과 뒤처리가 가장 힘든 부분이다. 병상에서 환자나 보호자는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메디엔비테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상 환자들이 누워서 대소변을 볼 수 있는 자동처리기를 연구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와상환자용 대소변기도 특수 비데로 비데의 일종이지만, 5000억 규모의 국내 비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기업, 중견기업도 관심이 없다. 

수요가 많지 않고, 기능이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데다 깨끗함을 강조하는 비데 상품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서도 일본의 한개 업체만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정도에 제품의 가격은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냄새, 소음, 뒤처리가 불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선뜻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환자의 고통을 접한 업체 대표는 고기능에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3분의1 가격에 기능은 더 뛰어난 혁신 제품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국내 공급을 시작해 국내외 와상 환우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계획이다.  

환경(E)부문_ 브로콜리컴퍼니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비품이 되어버린 못난이 농산물을 가지고 어글리시크(UGLYCHIC)라는 브랜드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다. 

친환경 유기농 귤, 사과, 복숭아, 브로콜리, 오미자 등 버려진 농촌의 상품으로 인체에 무해한 화장품을 만드는데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이제는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는 화장품을 하나 사도 제조과정, 원재료, 원료 조달부터 고객관리까지 전과정에 대한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  

저렴한 원재료와 대량생산으로 원가절감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기업 화장품 회사와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전략과 사업모델, 상품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E)부문_ 리하베스트  국내에서 1년에 배출되는 식품부산물은 1인당 572kg이고, 이 중 70% 이상이 매립된다. 이에 따른 환경오염과 탄소배출량도 어마어마하다.  

리하베스트는 버려지는 식품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대체 원료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 전기, 물 등 자원과 에너지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 기업이 주목한 시장은 맥주와 식혜.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맥주박, 효모를 바탕으로 재가공해 단백질 함량과 식이섬유 함량이 매우 높은 칼로리는 30%나 낮은 밀가루와 비슷한 리너지 가루를 밀가루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생산한다.  

오비맥주에서 맥주 부산물을 제공받아 생산된 리너지 가루로 에너지바, 냉동피자, 피자도우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ESG 경영의 성공은 책임 확대와 생태계 협력과 연대에 있다. ESG경영 확대로 대기업과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리하베스트와 같이 애초에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창업부터 대기업의 가치 사슬과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시작부터 ESG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주류 생태계에서 자리잡고 대기업과의 협력이 활발해 질수록 가치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우리나라 ESG 사회의 미래는 밝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 이종익은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혁신 조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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