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사슬 발판으로 '사업가치사슬'에 ESG경영 적극 도입해야
ESG경영이 착한 경영은 아니지만, 지속 추진하면 시장 '최후 승자'

ESG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지만 ESG 경영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세부내용 중 일부는 기존 환경, 온실가스, 노동 등 관련 법, 규정이 마련돼 있으나 대부분의 항목이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을 가능한 사회에 전가하고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환경과 자연에 해가 되더라도 더 저렴한 원재료를 조달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지불해 제품이나 서비스 원가를 낮추고 이익 극대화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ESG에 대한 세계적 관심으로 모든 기업이 준수하도록 법과 규정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은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ESG 경영 전환은 회사의 미션, 비전, 사업전략, 수익 모델, 상품, 가치사슬 등 전사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시장의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SG 경영으로 뛰어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도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시장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럼, 기업이 ESG 경영에서 성공하기 위해 어떤 초기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할까? 

많은 유보 자금을 보유한 회사라면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영업 손실을 모두 감내하면서 시장을 재편성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회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많고 건강한 ESG 생태계 구축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SG를 추진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책임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사슬 전반의 사업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ESG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ESG 경영이 자리 잡은 선도 기업들도 여러 사례를 통해서 회사책임 확대와 협력-연대만이 ESG 경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확대    의류기업 파타고니아도 제조공장이 없어 자신이 디자인한 옷이 얼마나 지구환경과 인체에 해가 되는지 몰랐지만, 의류 판매원의 건강 문제를 인지하면서 연구개발, 원재료, 제조 등 자사의 가치사슬 전반에 회사의 책임을 확대했다.

쿠팡도 신선식품 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과도한 종이 포장재로 인한 환경파괴와 탄소배출 문제를 인식하고 신선식품 전용 다회용 물류 박스인 프레시 백을 제작하고 자사의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켓컬리의 퍼플박스, 이마트 알비백 등도 유사한 체계를 도입해 신선식품 배송 포장은 점차 재활용 전용 배송 박스가 표준이 되고 있다.

맥도날드도 패스트푸드로 인한 비만, 영양 불균형,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식자재를 바꾸기로 했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닭고기, 열대우림 동맹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두, 달걀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것만을 사용키로 했다.

KT&G는 인체에 유해한 담배보다는 건강식품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도 줄어든 담배 소모량에 국산 잎담배 농가를 위해 입담배를 전량 수매하고, 구매 예정 대금의 30%를 사전에 지급하는 등 지역 농민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협력과 연대    ESG경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회사의 책임 확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회사는 가치사슬에 연결된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치사슬 모든 참여자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 원재료 공급자로부터 협력업체, 종업원, 고객, 경쟁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한배를 타야 한다.

의류업체 나이키도 환경적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2004년부터 나이키 MSI를 개발하고 다양한 원재료를 분석했지만 복잡한 공급망으로 한계에 봉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잡하게 연결된 전체 의류 공급망이 참여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 MSI를 SAC(지속가능 의류연합)에 공개했고, SAC는 나이키 등의 지원으로 2016년 Higg인덱스(Higg MSI)를 발표하고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나이키뿐만 아니라 다른 의류업체들도 지구온난화, 수질, 화석연료 사용, 유해 화학물질에 관한 기준을 준수해 소재 생산-폐기 과정에서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혁신 민간기업 조직인 에너지 얼라이언스가 지난 4월 출범했다. DL에너지, E1, GS에너지, SK E&S, 두산중공업, 포스코에너지, 현대차, 효성중공업, 두산퓨얼셀, SK가스가 참여했다. 

에너지 얼라이언스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 기업이 건물, 수송, 산업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면서 태양열, 풍력, 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용해 에너지시스템 혁신을 선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ESG경영 대응이 어려운 중소벤처기업의 역량을 지원하기 위해 SK텔레콤과 카카오가 대규모 ESG 공동펀드를 만들어 ICT, 융복합산업 분야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기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11개 대기업이 결성한 ESG코리아는 ESG 전략과 사업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이마트,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들도 자사의 사업가치사슬(Value Chain)에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ESG경영 강화를 지원하고, ESG 공급망 평가를 통해서 인권, 노동, 환경, 안전 등 잠재적인 세부 ESG 리스크를 점검하고 일정기준 이상을 달성하는 협력사를 우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객과 지역사회와 ESG 경영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그린 프로젝트는 사용한 배송용 비닐과 부직포를 집 앞에 내놓으면 SSG닷컴이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비게이션 티맵을 통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을 유도하면서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니어,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앞장서고 있는 스타벅스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ESG 경영의 여정은 결코 넓고 편안한 길이 아니다. 좁은 길이고 가기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이 길을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ESG환경 아래의 시장은 법, 규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공평한 경쟁 시장은 아니다. 그래서 ESG경영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뛰는 것과 같다.  

기업이 ESG 준수에 소요되는 모든 노력이 반영된 원가가 제대로 된 원가이지만, 아직은 시장에서 대다수 소비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SG 경영은 착한 경영이 아니다. 기업의 원래 책무를 부담하는 정직한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좁고 어려운 길이지만 스스로 책임을 확대하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서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면 ESG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의 최후 승리자가 될 것이다.

** 이종익은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        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혁신 조      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대기자 kevi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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