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수익활동 전반의 목표관리 소홀하면 ESG 경영은 무늬에 불과
환경·사회적가치 비즈니스 가치와 충돌 때 비즈모델 과감히 개선해야

글로벌기업 네슬레와 파타고니아의 ESG 가치사슬에 대해 풀어 본다. 가치사슬(Value Chain)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네슬레   1860년대 유럽에서는 식품 부족으로 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앙리 네슬레는 이 문제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 인공적인 모유를 만들어 해결하려고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소젖과 밀가루, 설탕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해 현재의 분유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거대기업 네슬레의 시초였다. 

네슬레는 태생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출발했던 만큼 다양한 사회공헌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6년 콜롬비아에서 우유 생산량이 부족해 시설을 확장할 때도 대규모 축산농장을 설립하기보다는 지역 축산농가의 열악한 시설과 환경을 개선해 품질과 생산량을 늘려 납품받는 상생의 길을 택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 우유 생산량이 4배 이상 늘어나 지역 경제발전에 공헌을 하게 됐다. 이러한 방식의 프로그램은 코코아, 커피에도 적용되면서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장됐다.

이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가치(CSV) 주창자인 마이클 포터에 의해 대표적인 CSV 사례로 소개됐다. CSV 공과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기업 사회공헌을 한단계 도약시킨 것은 분명하다.

CSR 모범기업인 네슬레에도 예기치 못한 위기가 발생한다. 2010년4월 네슬레 본사에서 그린피스가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시위자들은 네슬레가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나쁜 기업이라고 규탄했다.  

네슬레의 히트상품 킷캣(Kit Kat) 초콜릿에 들어가는 야자 기름을 공급하는 인도네시아 공급사의 하청농장이 야자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크게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네슬레도 복잡한 가치사슬의 공급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네슬레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야자 기름을 100%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재료의 원천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18년말 재료 원천추적 가능 원재료 비율과 책임 구매율을 72%와 63%로 각각 달성했다.네슬레는 사건의 해결 과정을 거치면서 CSR에서 ESG로 한단계 도약하게 된다.

네슬레는 오래전부터 CSV와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CSR 선도 기업이었지만, 여러가지 사건사〮고에 따른 실패와 함께 해결 경험을 쌓으면서 ESG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슬레 사례는 기업이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목표 관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ESG 경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타고니아   유명한 의류기업으로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뉴욕타임즈에 '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재킷 사진과 함께 실었다.  

해당 재킷은 파타고니아의 최고 인기 제품이었고, 마케팅 업계에서는 최고의 마케팅 캠페인 중 하나로 손꼽지만, 파타고니아는 제품 홍보보다는 광고 내용의 진정성에 무게를 뒀다.

재킷의 주소재가 재생 폴리에스터(60%) 임에도 많은 양의 물 소비와 함께 탄소와 쓰레기 배출이 에상된다는 것을 강조해 소비자가 구매하기 전에 공동자원 활용운동 5R의 생산과 소비의 축소, 수선, 재사용, 재활용, 인식의 전환을 먼저 실천하자는 진심 어린 호소였다.

파타고니아도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공급하는 협력사가 얼마나 환경,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제대로 몰랐다. 1988년 보스턴매장 직원의 두통 원인이 옷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1991년 의류 제품에 사용하는 4가지 섬유(면, 폴리에스터, 나일론, 울)가 지구와 인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게 됐다. 분석 결과 면이 폴리에스터보다 친환경적이지 않고 양모 재킷이 지구 환경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원재료와 제조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면을 유기농 면으로 완전 대체하면서 폴리에스터를 폐플라스틱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생산자와 고객 등 가치사슬의 참여자들이 함께 활동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공동자원 활용 운동을 시작했다.

2011년 광고는 이 운동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사회적 가치가 비즈니스 가치와 충돌할 때 과감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네슬레와 파타고니아 사례는 우리 기업들이 ESG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는데 시사점을 주고 있다. 빈곤문제 해결과 환경보호라는 기업미션으로 출발한 양사도 초기에는 우리 기업들처럼 기업 이윤을 활용해 사회적 책임을 준수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문제 의식을 통해 사업 전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를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혁신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지구를 회생시키는 재생 가능한(Regeneration) ESG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두 사례는 ESG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ESG의 각 요소가 기업 가치사슬 전반을 통해 구현되고 정확히 작동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SG를 잘하기 위해서 기업이 사용하는 근육은 사회공헌 근육이 아니라 사업적 근육이다. ESG를 잘하는 기업은 진정한 프로세스 혁신 기업이다.

** 이종익은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  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혁신 조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대기자 kevi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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