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마사회의 다양한 혁신방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핵심이 레이팅 제도이다. 레이팅이란 경주마 능력을 특정구간(1~140)으로 수치화해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일수록 높은 수치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경주 편성강도, 도착순위와 차이, 성별, 연령 및 경주기록 등을 바탕으로 수치를 산출하며 레이팅에 따라 경주마 등급 또한 조정된다. 레이팅에 근거한 경주편성이 가능하기에 이론상으로는 경마팬들이 이전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전년대비 1위 경주마와 5위 경주마 간 결승선 도착 차이(이하 착차)가 평균 7.1마신으로 0.4마신 단축됐다. 아울러 결승선 최고 접전으로 볼 수 있는 일명 `코차`(1, 2위 경주마가 착차가 경주마 코 길이(5cm) 이하) 이내 승부도 20.9%를 차지했다.

경마에서는 마신(2.4m)보다 차이가 근소한 코차 승부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 자주 연출된다.

지난 2014년 10월 열린 KRA컵 클래식(GⅢ) 대상경주에서 ‘삼정제왕’이 ‘러시포스’를 따돌리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열린 KRA컵 클래식(GⅢ) 대상경주에서 ‘삼정제왕’이 ‘러시포스’를 따돌리고 있다.

일단 `코차` 승부가 벌어지면 관객들은 거대 전광판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숨죽이고 지켜보다 결과가 표시되는 순간 환호와 탄식이 관람대를 가득 메운다. 경마의 순위입상은 5위까지이기에 여타 스포츠처럼 1, 2등에만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도 경마에서의 코차승부의 매력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코차승마는 경마 선진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주마 간 능력 차이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분석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 레이팅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2015년의 경우 그 전년과 비교 시 1~5위 경주마 간 코차 이내 승부비중이 20.9%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1위 ~ 5위 경주마 간 착차도 평균 7.1마신으로 전년대비 0.4마신(약 1m)이나 단축됐다.

출전두수가 많고 출전마간 레이팅 차이가 적을수록 착차는 급격히 단축됐다. 예컨대 1~5위 경주마 간 착차가 2마신 이내인 초접전 경주의 경우 평균 출전두수는 12.4두로 가장 높았으며, 경주마간 레이팅 차이는 9포인트로 가장 낮았다.

경주마들 간 착차 단축을 통해 경주 박진감을 높인 것 외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등급별·경주거리별 경주기록이 단축된 것이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우 등급별로는 1등급에서 6등급까지, 경주거리로는 1000m에서 2300m까지 모든 부문에서 전년대비 큰 폭으로 경주기록이 단축됐다.

특히 2등급 2000m의 경우 `삼정제국`이 9월 치러진 경주에서 2분 08.8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2014년 `슈퍼플로잇`이 동거리에서 기록했던 2분 14.4초를 5.6초나 앞당겼다.

하지만 레이팅 시스템을 앞서 운영 중인 경마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성적이 아직 미흡하다는 게 마사회의 자체 분석이다. 홍콩의 경우 1~5위 경주마 간 착차가 평균 3.5마신에 불과해 여전히 우리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차이를 메우기 위해 지난 주 2016년도 경마시행계획을 발표하며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제시했다. `레이팅 구간 폭 축소(20→15)` 통한 경주마 능력서열 정교화, `승급·강급 장벽 완화` 통한 경주 박진감 제고, `2개 등급 통합 경주편성` 통한 출전마 간 능력차 축소 등이 이런 방안들이다. 한국마사회는 이를 통해 한국경마의 국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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