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리스크 관리 개념으로 접근하면 기업존속 가능성 낮아져
주주가치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로 이미 변해
사회주체들과 협력하면서 '사회적 자본'축적 동반자 역할 필요

감리교의 선구자인 존 웨슬리는 1706년 ‘돈의 사용법’이란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정당하게 돈을 버는 방법을 설파했다.

“돈을 맘껏 벌어라. 그렇지만 자신들의 영혼과 정신, 혹은 육체를 손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정신과 육체에도 해를 입히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근로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산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금지한다”고 영리 추구의 기준을 제시했다.

300년 전의 말이지만 요즘 주목받는 ESG경영의 기본 개념을 언급하고 있다. ESG경영은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은 인류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철학이다.

ESG는 새로운 개념이기보다는 환경, 인권, 노동, 안전과 같은 개별적 가치들이 지구적 보편적 가치로 통합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추구하는 기업들도 E, S, G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이해 관계자들의 요구 사항은 늘 있었지만, ESG가 경영과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물결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ESG는 공동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ESG의 각 영역은 주주, 고객, 임직원, 협력사 등 기업경영에 직접 연관된 주체들뿐만 아니라 정부, NGO, 국제기구, 사회 등 모든 기관이 동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다.

이와 함께 전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에 도래한 초연결, 초고속 네트워크화로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이 즉시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바로 평가된다.

또한 사회적 자본확충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소비계층인 MZ세대는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품질, 가격보다는 근본적인 가치를 더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7개국 중 23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 행복지수(BLI)도 조사대상 40개국 중 최하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 행복의 기반인 사회적 자본 확충을 강하게 열망하고 있고, MZ세대가 이러한 요구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은 ESG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19년8월 아마존, 애플, GM, 보잉 등 미국 200대 기업 CEO 모임인 BRT(Business Round Table)에서 폭탄선언이 나왔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기업의 목적 문구를 폐기하기로 했다. 대신 BRT는 기업의 새로운 목적으로 5개항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5개항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종업원에게 투자한다 △협력업체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한다 △지역 사회를 지원한다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

기업은 ESG 경영환경에서 더이상 주주가치 만을 추구하면서 소비자 등 사회의 감시를 받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 각 주체와 협력적으로 미래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가는 동반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주목적이 변화되었다고 기업의 핵심요소인 영리창출 의무가 바뀐 것은 아니다. ESG 경영을 추구하려면 과거보다 더 큰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기업의 영속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ESG 경영의 기본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영리한 프로세스 혁신 필요 : 과거 프로세스 혁신이 원가 등 기업의 전 생애주기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면 ESG 경영혁신은 기업이 최대한 ESG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이윤을 높이는 영리한 프로세스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품-서비스의 연구개발 단계부터 고객만족까지 생애주기 전체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진정성 있는 참여 : ESG는 회사 지배구조로부터 모든 업무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과거처럼 기획전략, 사회공헌, 마케팅 부서 만이 담당하는 일이 아닌 전체 구성원이 진정성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CEO,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이끌고 전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사회 주체들과 공동으로 추진 : ESG는 미래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활동이다. 고객, 협력업체, NGO 시민사회, 정부, 지자체 등 모든 ESG 주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ESG 경영을 잘 하면 우선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다. ESG 경영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 우수한 재무성과와 높은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와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갑질 논란과 경영진의 비도덕성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켰던 남양유업과 물류센터 대형화재의 사전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쿠팡의 사례가 ESG 경영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ESG경영, 결코 쉽지 않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과거의 퍼주기식 사회공헌이나 평판 리스크 관리의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기업의 존속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가치 창출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주주 자본주의’ 시대를 지나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이종익은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혁신 조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대 기자 kevi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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