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계가 위축되고 있는 요즘 창작 뮤지컬 ‘태양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1일 개막한 ‘태양의 노래’는 햇빛을 받으면 피부 장애를 일으키는 색소성 건피증(XP)을 앓고 있는 소녀 ‘해나’와 태양을 닮아 눈부시게 빛나는 소년 ‘하람’의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로맨스 뮤지컬이다.

2006년 제작된 동명의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소설과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미드나잇 선’(2018) 등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태양의 노래’가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서울시 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졌다.

10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만날 수 있게 된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온라인 영역으로의 확장이라는 영리한 전락을 내세우고 있다. ‘태양의 노래’는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전문 공연 플랫폼 ‘메타씨어터’에서 전 회차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총 7대의 카메라가 투입되어 실시간 중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주는데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지미집이나 크레인 대신 크기가 작고 정교한 ‘협동 로봇’ 카메라를 이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객 모두의 시야를 보장해 준다고 한다.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실시간 중계가 가져오는 또 하나의 장점은 해외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강력한 해외 팬덤을 동원할 수 있는 K-POP 아이돌 출연진이 눈에 띈다. 노래와 춤은 기본에 연기까지 섭렵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난 K-POP 아이돌들의 뮤지컬 도전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싶다. 남자 주인공 ‘하람’역에는 샤이니 온유, 뉴이스트 백호, 갓세븐 영재, 데이식스 원필과 뮤지컬 배우 조훈이 출연하고 여자 주인공 ‘해나’역에는 러블리즈 케이와 뮤지컬 배우 정혜인, 이아진이 출연한다. 특히 백호, 영재, 원필은 ‘태양의 노래’로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K-POP 아이돌들이다.

'태양의 노래'를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원필의 회차를 관람하였는데 두 달여의 시간을 거쳐오면서 경험이 쌓였는지 첫 작품이지만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하람’이었던 것처럼 배역에 자연스럽게 이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수줍지만 착하고 따뜻한 하람의 캐릭터가 본래 원필이 가진 이미지에 잘 묻어나 원필의 첫 뮤지컬 도전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게 했다. 특히 다른 K-POP 아이돌들이 댄스 그룹 소속인 반면 밴드 그룹인 데이식스에 속한 원필이기에 퍼포먼스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으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애절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할 수 있겠다.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극적인 전개가 인기를 끄는 요즘 태양의 노래는 비교적 힘을 풀고 볼 수 있는 잔잔한 작품이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해나의 애달픈 짝사랑이 설레는 첫사랑으로 다시 애틋한 끝 사랑으로 바뀌는 전개에 맞춰 관객들은 익숙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다만 러닝타임이 짧아 두 주인공의 감정이 쌓이는 과정을 더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원작의 장면들은 충실하게 재현해 내 원작을 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이를 뮤지컬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점이 뮤지컬 '태양의 노래'가 가지는 강점이다.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평범’이 아닐까 한다. 평범을 좇는 해나와 하람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아련해지는 한편 우리의 평범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전과는 평범함이 갖는 의미가 달라져 버린 지금에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병으로 인해 태양을 피해 한밤의 달빛 아래에서 노래해야 하는 해나가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서핑을 즐기는 하람을 만나며 생애 가장 빛나는 태양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태양의 노래’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뮤지컬 '태양의 노래' 공연 장면 / (주)신스웨이브 제공

두 소년 소녀가 발견한 평범함이 무엇인지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태양의 노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광림아트센터 BBCH 홀에서 7월 2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김슬기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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