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윤웅 작가
길윤웅 작가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교육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그동안 다른 기관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나오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익숙한 것에 빠져서 새 것을 담지 못한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3년이 지나서 뒤쳐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1년 차에는 많은 교육기관이 신청을 해서 선별을 했지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프로그램 개설을 신청한 곳이 줄었다. 사람들은 어떤 게 새로운 것이고 어떤 것이 낡았는가를 한 눈에 알아본다. 그것을 바르게 보지 못하는 사람은 내부에 있는 사람이다. 안에만 머물러서는 경쟁 시대를 살 수 없다. 경쟁을 포기하면 끝인가. 밖으로 빠져 나와 그 안을 봐야 한다. 시각을 옮기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달라진 것을 알지 못한다.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면 될까? 내용을 바꾸면 될까. 다시 새롭게 짜지 않으면 한계를 넘지 못한다.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게 더 빠르다.

마케팅은 사람의 눈길과 발걸음을 잡는 기술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딩이다. 브랜딩이 안 되면 길이 없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기존 포맷을 유지하면서 멤버를 교체한다. 어떤 것은 잘 되지만 어떤 것은 오히려 그만 두는 게 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기존의 것으로 버틴다는 생각만 줄 뿐이다. 과감히 포기하거나 버릴 수 있어야 하는데 뒤늦게 버리면 더 손해다. 때를 알고 버리는 게 타이밍이다. 주식을 사야 할 때와 팔아야 할 때가 있다. 팔자마다 오르는 주식을 보면 어떤가.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제대로 되려면, 위치를 잡아야 한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떨어진 거리가 파악이 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뛰어 들 수는 없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면 거리가 나오고 시간이 예상된다. 인생은 어떤가. '생애설계'라는 것이 결국 나를 알고, 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닌가.

생애설계는 포지셔닝이다.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디이며 어디로 가려는지 그 선을 잇는 것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이유로 코로나19를 들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그것으로 돌려 나른함과 게으름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건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다.

만난 지 한 10년이 넘은 한 지인이 전화를 했다. 사업이 어떠냐고 물어봐, "코로나에 뭐 경기가 바닥"이라고 답했다. 규모의 싸움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내 탓이라고 하기 전에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발상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여전히 같은 방식의 사업을 고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렇게 얼버무렸다.

'시장이 없다면 시장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시장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를 만드는 일은 결국,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조금 더 위험한 곳으로 생각을 이동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소음 속에서 제대로 된 신호를 잡는 게 인생이다.

"훌륭한 혁신가는 전형적으로 매우 크게 생각하고 또 매우 작게 생각한다. 새로운 발상은 때로 문제의 가장 미세하고 구체적인 데서, 즉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 피하려 드는 데서 비롯한다. 또 '왜 세상은 지금 이 모양으로 되어 있을까?', '현재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대체할 대안은 없을까?' 같은 가장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생각을 할 때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안주하려 드는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170쪽, <신호와 소음> 중에서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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