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넷플릭스 대항마로 불리는 디즈니플러스 국내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국내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와 장기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해 5년간 매년 한 편 이상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한 것은 물론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와 막판 제휴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OTT 시장 독주 '넷플릭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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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절대 점유율을 차지한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해 2020년 유료 가입자 330만명 이상, 연 매출 415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산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현재와 같은 위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연령과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하이퀄리티 오리지널 콘텐츠 존재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투자 아래 다른 플랫폼보다 자유롭게 제작되는 콘텐츠는 기존 국내 채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사용자에게 크게 알려진 것 역시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 영향이 컸다.

국내 넷플릭스 성공의 시발점이 된 영화 옥자
국내 넷플릭스 성공의 시발점이 된 영화 옥자

넷플릭스 투자(578억원)를 받아 제작된 영화 '옥자'는 공개 당시 영화관과 동시 상영을 추진했지만 한국 극장 스크린 94%를 차지하는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거부로 사실상 극장 관람이 불가능해졌다. 옥자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찾게 됐고, 가입 시 제공되는 한 달 무료 체험으로 접하게 된다. 사용자는 옥자 관심으로 넷플릭스와 접촉했지만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넷플릭스는 체험자 입소문을 강력하게 타면서 '옥자' 공개 이전 2017년 6월 9만명 정도의 유료 사용자가 공개 이후 20만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은 국산 OTT 사업자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각종 방송사에서 송출된 방송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제공하는 수준인 국산 OTT 사업자는 국내에만 3331억원을 투자(2020년 기준)하는 넷플릭스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쟁자 없이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일 수 있었고, 결국 2020년 기준 국내 OTT 시장점유율의 약 40%를 차지해 국산 OTT 서비스 '웨이브'를 약 2배 차이로 따돌리면서 국내 OTT 서비스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OTT 진출

올해 넷플릭스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OTT 서비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바로 세계적 콘텐츠 공룡 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디즈니플러스'다.

IP의 위용이 눈부실 정도인 디즈니플러스
IP의 위용이 눈부실 정도인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자체 운영을 시작한 OTT 서비스다. 디즈니플러스는 7500편 이상 TV시리즈와 500편 이상 영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 성장세도 무섭다. 출시 16개월 만에 구독자 1억명을 돌파해 '5년 내 구독자 6000만~9000만명'이었던 당초 목표를 훌쩍 넘겨버렸다. 넷플릭스는 구독자 1억명을 돌파하는데 거의 10년이 걸렸다. 넷플릭스가 선구자 위치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디즈니플러스 성장은 가히 폭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초(超)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디즈니 지식재산권(IP) 규모가 다른 서비스와는 비교 불가 수준으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주토피아, 백설공주 등 명작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월트 디즈니'와 소울, 월-E의 '픽사',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 스타워즈, 엑스맨, 아바타, 타이타닉 등의 '20세기 폭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IP와 브랜드가 모두 디즈니 소유로 긴 역사만큼 강력한 파워를 갖췄다.

넷플릭스 역시 디즈니와 콘텐츠 제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자사 콘텐츠로 상상 이상 성장을 하자 이를 좌시할 수 없어 디즈니플러스를 서비스하게 됐다. 디즈니플러스는 2020년 콘텐츠 제공 계약이 만료되자 넷플릭스에서 자사 콘텐츠를 철수시켰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콘텐츠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원인이며 꾸준히 자체 콘텐츠 제작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2020년 콘텐츠 제작에 173억달러(약 19조원) 상당을 투자했다. 올해는 190억3000만달러(약 2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디즈니의 2019년 콘텐츠 제작 투자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만큼 넷플릭스는 디즈니를 비롯해 HBO나 애플TV 등 넷플릭스 아성을 위협하는 공룡 OTT들의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성공 가능성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업계는 긍정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 1390만명으로 한국 영화 흥행 역대 5위에 랭크돼 있으며 6위 '겨울왕국2'(1370만명), 7위 '아바타'(1348만명)로 10위 안에만 디즈니 계열 영화가 세 작품이 존재한다. '알라딘'(1270만명), '어벤져스:인피니티워'(1123만명), '어벤져스:에이지오브 울트론'(1050만명), '겨울왕국'(1030만명) 등 1000만 관객 이상 영화도 7편이나 될 만큼 한국에서의 디즈니 위상은 실로 엄청나다.

디즈니의 충성도 높은 팬덤이 구축된 한국에서 자사 IP를 최대한 활용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즈니플러스 성공은 긍정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국내 통신사도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막판 사전 협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통해 꽤 좋은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디즈니플러스와 제휴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가 통신사의 IP TV를 통해 가입자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국내 통신사와 제휴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OTT와 디즈니플러스 과제는

넷플릭스도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지만 국내 OTT 업체는 그로기 상태에서 'KO 펀치'를 맞는 상황이 됐다. 업계 2위인 '웨이브'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2019년부터 2020년까지 700억원을 투자했고,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입한다는 장기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로 웨이브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디즈니 작품을 볼 수 없게 되면서 디즈니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의 유출이 예상된다. 일찌감치 자체 콘텐츠 중요성을 깨닫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넷플릭스에 비해 웨이브는 투자 규모도 시기도 많이 늦었다. 과연 웨이브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라는 강력한 펀치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물론 디즈니플러스 역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해결 과제는 있다. 바로 한국형 콘텐츠 제작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 드라마 '킹덤' '스위트홈' 등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함으로써 한국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에 한국 콘텐츠 우수성을 알려 일종의 홍보대사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순위를 보면 상위권이 대부분 한국 드라마와 영화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처럼 로컬 콘텐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디즈니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처럼 로컬 콘텐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디즈니플러스 역시 국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K-콘텐츠에 적극 투자와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내의 타사 인기 드라마·영화 모음인 '스타' 브랜드 산하에 한국 콘텐츠를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웹툰 IP와 로맨틱 코미디 등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세부 투자 등은 언급하고 있지 않아 상황을 관망하거나 넷플릭스와는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디즈니 콘텐츠 인지도와 충성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따라서 디즈니플러스 성공 가능성은 높게 점쳐질 수 있다. 이는 역으로 그만큼 디즈니 작품을 본 사람이 많고, 유독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르기에 디즈니플러스가 그만한 새로움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아직까지 이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가능했다. 과연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 공화국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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