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조현준 효성 회장 동일인 총수로 지정
공정위 "기업집단 지배 2세들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
셀트리온⋅네이버⋅넥슨⋅넷마블 등 7개사 상출집단 신규지정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출처=뉴스1)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출처=뉴스1)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로 뜨거웠던 쿠팡이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결론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내달 1일부터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신규 지정된 기업은 쿠팡(자산총액 5조8000억원),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8개 기업이다. KG는 지정에서 제외됐다.

◇쿠팡은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 현대차 · 효성은 실질적 지배력가진 2세 동일인 변경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이번 결과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목하지 않은 점이다. 쿠팡 동일인에는 법인 '쿠팡'이 지정됐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2세들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기존 정몽구 명예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기존 조석래 명예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반면, 쿠팡은 김범석 의장이 미국법인 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나,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 현행 경쟁력 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있다는 점, 김 의장과 법인 중 누구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쿠팡을 총수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국적이 미국으로 형사제재가 어렵다는 점을 들며,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김 의장이 76.7%에 달하는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공시 의무 및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쿠팡과 함께 신규 지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도 수출입은행이 최다출자자(26.4%)인 점을 감안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이밖의 신규지정 집단은 최다출자자나 최고경영자인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제약 · IT 기업 '급성장'…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실적은 '악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 자산가치가 급등함에 따라 지정집단이 64개에서 71개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제약・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이 급성장했다. 제약을 주력으로 하는 셀트리온이 주식가치 상승, 주식 출자를 통한 회사 설립, 매출・당기순이익 증가로 자산총액(8.8조 원→14.9조 원)이 크게 증가했다.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들의 성장세도 뚜렷했다. 쿠팡의 자산총액이 작년 한해동안 크게 증가(3.1조 원→5.8조 원)해 공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으며, 카카오(14.2조 원→19.9조 원)・네이버(9.5조 원→13.6조 원)・넥슨(9.5조 원→12.0조 원)・넷마블(8.3조 원→10.7조 원)의 자산총액도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영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됐다. 매출액은 4.1%, 당기순이익은 9.4% 감소했다.

상위 집단이 전체 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현저하나,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집단간 격차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며 "보다 유용한 정보를 시장참여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시장 감시 및 압력을 강화하여 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