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에 따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성 대두되며 공론화
정치적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 커...국가 안보 차원에서 고민해야

여성 징병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8일 차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징병제를 폐지하고 여성도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자는 제안이 시발점이 됐다.

박 의원은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되 성별에 관계 없이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실시해 전국민을 예비군으로 양성하자고 주장했다.

이 제안은 공론화 되기 시작했고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26일 기준 2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하여 더욱 효율적인 병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라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에 여성계는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구조의 변화 없이 단지 2030세대 남성, 소위 ‘이대남’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논의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번 서울과 부산의 재보궐 선거에서 이대남의 영향력을 여실히 느꼈지 않는냐는 주장이다.

여성징병제가 공론화 되고 있다.
여성징병제가 공론화 되고 있다.

여성징병제는 남녀의 불평등을 거론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슈다. 특히 1999년까지 존재했던 군 가산점제도는 군대에 갈 수 없었던 여성과 장애인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을 야기시켰다.

이에 여성들에게도 가산점을 주고 징병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일었으나 군 가산점 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사라지자 여성징병제 얘기도 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출산에 따른 절대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여성징병제 얘기가 재부상하고 있다. 또 과거처럼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이 거의 사라졌고 진출 분야에도 제한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 자체를 역차별이라고 느끼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무의미하게 군대에서 낭비되는 시간 때문에 또래 여성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여성징병제는 남성들의 억울한 심리를 달래며 표심을 이끌어내기에 적절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진정한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다. 단순히 인기를 끌기 위해 꺼내는 카드라면 그에 따른 상대방에게서의 반발심은 굉장히 강할 것이다.

특히 병역제도는 휴전상황에 있는 한국에서는 강력한 안보를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어쩌면 체험 정도의 병영생활은 안 하느니만 못한 국가 세금 낭비에 불과하다.

현재 여성 징병제를 시행 중인 국가는 북한과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등 8개국이다. 한국도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언젠가는 여성 징병제 또는 모병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여성 징병제를 정치적인 이슈 또는 인기를 끌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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