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장시작 전 블록딜로 1444만5000주(2%) 기관에 매각
예보, 우리금융지주 지분 17.25%를 2022년까지 전량 처분
공적자금 1493억원 회수...평균 주당 매각가는 약 1만336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우리금융그룹의 완전 민영화에 시동이 걸렸다. 그동안 주가 하락으로 지체됐던 정부 지분 매각 작업이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을 계기로 시작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우리금융에 남아 있던 잔여지분의 매각 작업에 본격화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9일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지분 1444만5000주(2%)를 매각, 공적자금 1493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이번 거래를 기점으로 이미 발표한 매각 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보유 지분 17.25%(1억2460만주)를 수 차례에 걸쳐 전량 매각에 나서게 된다. 이 지분은 2016년 우리은행 시절 과점주주체제가 들어서며 민영화가 이뤄진 후 남은 지분이다.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한 이번 블록딜이 매각 작업의 첫 시작을 알린 것이며,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에 따라 매각 속도와 이에 따른 우리금융그룹의 완전 민영화에도 속도가 붙게 된다.

◇ 첫 시작은 아쉬움 속 무난...향후 주가 상승을 잡는 부담 작용할 수도

이날 블록딜의 성적표는 아쉬움 속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고 평가할만하다.

이번 매각을 단순 산술로 보면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여 가격대가 예상보다는 낮았다고 볼 수있다. 평균 매도가격은 주당 약 1만336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매각 가격은 8일 종가인 1만600원에 0~2.5%의 할인율을 적용해 1만335~1만600원의 희망 밴드가 제시됐었다. 기관들이 희망가격 상단을 수용해 매각이 이뤄졌을 경우 매각 규모는 1531억 원이 된다.

그럼에도 한동안 1만원대 밑에서 지분 매각을 기약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보면 무난한 출발이라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지난 7일 장중 1만850원의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매각 가격 범위를 끌어 올려 놓은 상태에서 이뤄진 첫 매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향후 주가 흐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차적으로는 언제든 추가 상승이 이뤄질 때마다 매물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2%는 장중 거래량으로 보면 적지 않은 큰 물량이다. 52주 신고가가 나왔던 7일 거래량이 600만주를 넘었을 뿐 통상 100만~200만주 사이의 거래를 보였기에, 1400만주 가량의 대기물량은 큰 규모다.

또한 예보의 잔여 지분 15.25%는 이번 블록딜의 3개월 보호 예수가 끝난 7월부터 언제라도 다시 출현할 수 있다. 주가 상승시마다 오버행 이슈가 작동할 수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금리상승에 따른 높아진 예대마진(NIM)은 기대감 높여

정부가 예보를 통해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 규모는 원금만 12조8000억 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볼때 주당 매각가는 1만2350원은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예보가 앞으로 매각하는 지분역시 이 가격을 기준으로 서서히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건은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어디까지 회복하며 상승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의 흐름은 좋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우리금융지주가 1분기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6000억 원을 순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력부문인 우리은행이 최근의 금리상승 흐름과 맞물리며 호실적을 내고, 여기에 그룹에 편입된 우리금융캐피탈 인수효과 등이 가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베스트증권은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1만35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 4대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가 금리상승에 따른 높아진 순이자마진(NIM) 등으로 4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수합병을 통한 증권투자부문의 보강이 가능할 것이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금융지주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증권사를 인수하며 증권투자 부문을 보강할 경우, 주가 상승여력은 빠르게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낙영 기자 nyseo6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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