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백색가전 열풍...도화지 실내에 '나만의 색' 입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맞춤형 가전시대 선도 이끌어
LG전자 '오브제 컬렉션'...비스포크 대응 '고급스럼움'

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은 흔히 '백색가전'이라 불린다.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이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 등을 백색으로 통일하면서 굳어진 용어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제품 특성상 청결한 이미지를 강조해야 했기에 흰색이 사용된 측면도 있다. 백색가전의 현재 리딩 업체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LG전자라 할 수 있다. LG전자는 4년 연속 생활가전 부문에서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족이 많아지면서 가전 수요가 높아져 더욱 큰 매출을 올렸다. LG전자 H&A 사업본부는 2020년 22조2691억원 매출과 2조3526억원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 호실적은 전통 백색가전과 공기청정기·건조기·무선청소기 같은 신(新) 백색가전의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기세도 무섭다. '백색가전은 LG'라는 등식을 희석시키며 실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것이 탈(脫)백색 가전인 '비스포크'다.

◇개인 취향 저격으로 맹추격 '비스포크'

비스포크 4도어 냉장고 신제품 사진(Cotta-Sun-Yellow)
비스포크 4도어 냉장고 신제품 사진(Cotta-Sun-Yellow)

삼성 비스포크(BESPOKE)는 지난 2019년 '비스포크 냉장고' 공개를 시작으로 시장에 선보여졌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당시 삼성전자 비전이었던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제품으로 단조로운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 내는 프리즘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삼성은 당시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에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각양각색의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 내는 프리즘 같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현재 비스포크의 인기를 보면 당시 했던 말이 예언처럼 현실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생활가전과 TV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CE부문이 2020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올해 1분기는 매출이 1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업계는 맞춤형 가전 시장을 개척한 비스포크 제품군이 QLED TV와 함께 삼성 가전 매출을 확대한 일등공신이라 보고 있다.

비스포크 인기는 가전은 백색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맞춤형'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개인 취향을 적절히 반영한 것에 기인한다. 비스포크 브랜드는 삼성의 일반 가전에 비해 비싼 가격임에도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색상을 골라 유니크하게 인테리어 포인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개성을 중시하는 MZ 세대에 크게 어필했다.

◇고급스러움에 자유도를 부여하다 '오브제컬렉션'

LG 오브제컬렉션 패키지샷
LG 오브제컬렉션 패키지샷

비스포크가 무섭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LG전자는 손을 놓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개인 취향에 맞춘다는 개념은 LG전자가 더 빨리 시작했고 LG 가전 매출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줬다. 2018년 출시한 LG 오브제(Objet)는 가전을 가구와 결합한 '프리미엄 프라이빗'을 모토로 하는 LG전자 고급형 브랜드다. 가구와 구분됐던 일반 가전과 다르게 인테리어에 어울리게 원목 등의 재질을 사용했으며 사용자가 매장에서 샘플을 직접 확인하고 선호하는 색상, 인테리어 등을 고려해 9개 색상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한 주문 제작 방식 브랜드였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소비자에게 가전을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LG 오브제보다 좀 더 가볍고 밝은 분위기 패널 등을 채용해 젊은 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 결과 맞춤형 가전 이미지는 LG 오브제보다 비스포크 쪽이 조금 더 대중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비스포크가 가벼운 이미지를 통해 성공하자 더욱 고급스러움으로 승부를 보자는 전략을 택했다. 그 브랜드가 바로 '오브제 컬렉션(Objet Collection)'이다. 오브제 컬렉션은 기존 LG 오브제를 확장한 것으로 오브제 제품을 하나하나 모을수록 공간 인테리어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콘셉트다. 소비자가 인테리어에 따라 원하는 색상이나 재질을 선택할 수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통일시키는 차별화 전략을 썼다.

◇올해도 대세는 '맞춤형'

지난해 매우 큰 성과를 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도 맞춤형 가전을 더욱 확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각각 밝혔다. 삼성전자는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주방가전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비스포크 제품군을 거실과 세탁실 관련 제품으로도 확대하며, 국내 생활가전 매출 중 80%를 비스포크 제품을 통해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 비스포크 홈_문승지 작가_작품명(ISLAND)
삼성 비스포크 홈_문승지 작가_작품명(ISLAND)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콘셉트를 생활가전 제품 전체로 확대한 '비스포크 홈(BESPOKE HOME)'을 공개했다. 또 올해 신제품부터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와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기한 없이 무상 수리 또는 교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까지 선보여 '넓히기'와 '굳히기'를 동시에 펼치고 있다.

LG전자 역시 오브제 컬렉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냉장고, 정수기, 스타일러, 에어컨 등 13종에 이르는 오브제 컬렉션에 공기청정기와 인덕션 등 신가전에도 오브제 컬렉션을 적용할 방침이다.

비스포크와 오브제 컬렉션은 거의 비슷한 콘셉트라 할 수 있다. 두 기업 제품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도 세계 정상이다. 그렇기에 양사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품의 색과 디자인, 재질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 속에서 양사는 자사 제품 간 조화를 강조하며 패키지로 구매하기를 유도하고 있다. 이런 유도를 억지스럽게 할 것인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게 할 것인지는 이제 기업 역량에 달려 있으며 그에 따라 앞으로 가전 시장은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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