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협회 및 시상식 등을 통해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오는 3월 3일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새로운 집이 위치한 아칸소에 도착한 가족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 넓은 들판과 그 한편에 놓인 이동식 주택이 아빠 ‘제이콥’에게는 자신의 농장을 세울 수 있는 비옥하고 넓은 땅이지만 엄마 ‘모니카’에게는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열악한 환경일 뿐이다. 더군다나 몸이 약한 아들 ‘데이빗’에게 필요한 병원조차 가까이에 있지 못하다는 것에 ‘모니카’는 걱정이 앞선다.

큰딸 ‘앤’과 아들 ‘데이빗’은 새로운 집에서 그들과 함께 살게 된 한국 할머니 ‘순자’가 영 못마땅하고 불편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할머니라는 존재는 쿠키를 구워주고 인자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인데 '순자'는 그런 할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어린 ‘데이빗’의 눈에는 ‘순자’가 도무지 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새로운 집에 대한 ‘제이콥’과 ‘모니카’의 입장 차이는 결국 다툼으로 번진다. 다툼의 순간 카메라는 싸우는 당사자가 아닌 아이들을 쫓는다. 방으로 들어가 종이비행기를 접는 아이들의 모습과 벽 너머에서 들리는 듯 작지만 날카로운 부부의 목소리가 자극적이고 위태롭게 느껴지며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미나리는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로 이민자라는 그들의 상황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투는 모습도 조금씩 어우러지는 모습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지만 단순히 그의 과거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감독의 기억을 기반으로 탄생한 캐릭터들이 각 배우의 색채로 물들며 1980년대 미국에 이민을 간 한국인 가족이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요한 소재인 미나리는 순자가 미국으로 오며 가져온 짐 속에 씨앗 형태로 들어있었다. 순자는 미나리는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며 냇가에 씨를 뿌린다. 순자의 말처럼 미나리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정이삭 감독은 영화처럼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주기 위해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는데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이 다른 채소보다 월등히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하며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미나리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한다. 위급한 상황이거나 별다른 일 없는 상황에서도 미나리는 계속해서 등장하거나 언급된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가족의 곁을 지키는 순자와 겹쳐지며 든든하게 느껴진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 판시네마(주) 제공

잔잔하고 평온할 것 같은 영화의 이미지와 배우 윤여정이 나온다는 사실 그리고 많은 상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 영화 미나리를 궁금하게 했다. 실제로 보게 된 미나리는 생각보다 다툼이 많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캐릭터에게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사랑, 가족의 가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미나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마냥 화목하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이 가족을 통해 내 가족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김민지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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