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워 위드 그랜파’는 제목부터 사랑스러운 전쟁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가족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할아버지와 손자’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익숙한 소재라는 이유로 ‘진부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진다면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이미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을 통해 재미를 증명해낸 ‘워 위드 그랜파’에는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었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 맞게 이야기의 발단은 단순하다. 갑작스레 할아버지 ‘에드’와 같이 살게 된 손자 ‘피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방을 뺏기고 다락방 신세가 된다. 피터가 자신의 방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선포하고 에드는 이를 받아들인다.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그들만의 전쟁을 비밀리에 진행하며 유머러스한 상황과 위트 있는 대사가 연출된다. 98분 동안 한 편의 미국 시트콤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는 덤이다. 무엇보다 배우들 간의 케미가 빛을 발했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가족 영화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은 기본이다. 사소한 갈등과 친숙함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를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와 ‘피터’를 연기한 ‘오크스 페글리’의 첫 연기 합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거장이자 전설적인 배우가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로 변모해 떠오르는 신예 아역 배우와 함께 유쾌한 연기를 펼쳤다. 영화를 볼 때만큼은 로버트 드 니로의 이전 출연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오크스 페글리만의 패기 있는 연기력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도 빠질 수 없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 발전에 중점을 둔 영화지만 사실은 다수의 배우들이 다층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꽤 입체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피터의 가족만 해도 엄마와 아빠, 누나, 여동생까지 그 연령대가 다양하다. 특히 피터의 엄마인 ‘샐리’ 역할에는 우마 서먼이 열연을 하면서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관객이 기억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친근하고 힘을 뺀 연기가 유독 눈에 띄었다. 다소 덜렁대는 남편과 사춘기 큰딸, 귀염둥이 작은 딸까지 보살피는 든든한 엄마로 활약하며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부녀 케미를 발산하기도 했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생각보다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이 영화에는 ‘크리스토퍼 월켄’이라는 배우도 등장한다. ‘배트맨 2’, ‘펄프 픽션’ 등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배우이다. 이번에는 에드의 친구인 ‘제리’ 역할로 분하여 방을 둘러싼 전쟁에 합세한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중년과 노년의 고민을 현실감 있게 나타내면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특히 ‘트램펄린’ 신은 코믹함과 박진감까지 전부 잡아내면서 여러 배우가 통합하는 장을 이루기도 했다. 일명 ‘에드’의 무리와 ‘피터’의 무리가 찰떡 호흡을 뽐내는 하이라이트 장면이기도 하다.

귀여운 갈등과 유머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 약간의 ‘하이틴 감성’도 한 스푼 들어갔다. 피터와 피터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학생들 특유의 에너지가 발랄함을 더해주었다. 피터의 누나인 ‘미아’도 남자친구 러셀과 몰래 만남을 이어가면서 엄마와 갈등을 빚는 등 그 나이대가 보여줄 수 있는 고민을 살짝이나마 그려냈다. 다양한 연령대의 등장인물을 단 한 명도 허투루 그려내지 않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 '워 위드 그랜파' 스틸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결론적으로 복합적인 관계와 등장인물, 그리고 베테랑 배우와 신예 배우의 호흡을 통해 ‘사랑스러운 유머’를 보여준 ‘워 위드 그랜파’. 익숙한 소재를 또 다른 매력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팀 힐’ 감독의 노력 역시도 돋보인다. ‘앨빈과 슈퍼밴드’, ‘가필드 2’ 등 어린이의 마음을 저격하는 다수의 영화를 감독한 경력이 빛을 발했다. 특유의 노련미와 유쾌함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과 전 세대의 공감까지 얻을 수 있는 ‘가족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여타 가족 영화와 차별화된 지점을 두면서도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 ‘워 위드 그랜파’는 2월 24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세민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