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10일 영화 ‘새해전야’가 개봉될 예정에 있다. 비록 제목에 걸맞은 개봉 시기는 아니지만 아직 새해의 설렘을 안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본다.

무엇보다 전 세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메시지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힐링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해전야’처럼 순하고 따뜻한 영화를 통해 소중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워보는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상영시간 동안 갈등이나 스트레스 없이 각양각색의 로맨스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싶다면 이 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겨울은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까지 풍성한 이벤트로 가득한 계절이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다양한 장식들처럼 ‘다채로운’ 설렘이 가득한 로맨스 스토리를 다수의 등장인물로 풀어냈다. 네 커플의 이야기를 한정적인 러닝타임 안에 무리 없이 나타낸 것은 물론 나름의 유기성을 갖춘 스토리라인까지 구축하고 있었다.

영화 특성상 잦은 화면 전환 때문에 약간의 산만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덕분에 루즈함과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필코 새해의 설렘을 느끼게 하겠다는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이 보이는 그러한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과 해외 촬영 등 은근히 넘치는 볼거리와 함께 어느 하나 미운 커플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새해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발전하는 그들의 관계가 관전 포인트이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첫 번째 커플은 김강우가 맡은 ‘지호’와 유인나가 연기한 ‘효영’이다. 이혼 4년 차인 남자 지호와 이혼 소송 중인 여자 효영의 만남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남편의 집착에 고통받는 효영의 신변 보호를 지호가 담당하게 되면서 둘은 자연스레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사랑으로 지친 마음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은 죽은 연애 세포를 깨우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강우와 유인나의 노련한 연기력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남자와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여자의 만남이 넘치는 케미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유연석과 이연희가 선보이는 캐릭터 ‘재헌’과 ‘진아’의 만남은 좀 더 극적이고 꿈같은 로맨스이다. 배경의 스케일부터 엄청나다.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대책 없이 아르헨티나로 떠난 진아는 현지의 와인 배달원 재헌을 만나게 된다. 차가워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재헌은 점차 진아를 챙겨주고 둘은 마음을 열어 소통하기 시작한다.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 그들은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의 정열적인 노래와 춤, 언어는 물론 웬만해서는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이과수 폭포의 경이로운 모습까지 담아내면서 여행의 설렘을 고스란히 전했다. 재헌과 진아의 우연한 만남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의 비수기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진정으로 ‘국경’을 넘어 사랑하는 커플도 등장한다. 이동휘가 연기한 ‘용찬’과 중국 배우 천두링이 연기한 ‘야오린’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대사의 90% 이상을 중국어로 연기해야 했던 이동휘는 특유의 재치 있는 연기력으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냈다. 언어의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호흡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영화에 통통 튀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특히 천두링은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지만 작품 속에 잘 녹아든 모습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이 배우를 처음 마주하게 될 국내의 관객들도 사랑스러운 연기와 매력에 관심을 가지게 될 듯하다. 결혼을 앞둔 국제커플로서 험난한 여정을 겪는 둘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사랑의 힘을 깨닫게 해줄 예정이다.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 '새해전야' 스틸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마지막 커플은 그 누구보다 돈독하고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작은 농장을 운영하며 식물을 보살피는 원예사 ‘오월’과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인 ‘래환’은 시작부터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보인다. 좋은 성적을 내며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된 래환이 오월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에이전시의 계약 제의까지 받게 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 세상의 편견과 시선이 개입하면서 관계는 흔들리게 된다.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을 가진 오월과 래환이 다시 웃음을 되찾는 과정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패럴림픽 선수’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한 유태오와 ‘풋풋하고 발랄한 연기’를 보여주는 최수영의 만남은 참신한 재미를 줄 것이다.

물론 로맨스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들과의 사랑과 단합도 충분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가족과 함께 보아도 좋은 영화’라고 명명하고 싶다. 특히 ‘용찬’의 누나인 ‘용미’는 동생을 아끼는 만큼 예비 올케인 ‘야오린’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며 그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염혜란 배우의 맛깔스러운 말투와 연기가 더해져서 남매애는 물론 언어를 뛰어넘은 가족애를 효과적으로 끌어낸다. 예수정 배우 또한 ‘오월’의 엄마로 등장해 가슴 뭉클해지는 모녀 관계를 표현해냈다.

여러 사람이 나오는 만큼 각각의 갈등이 심각하게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새해전야’의 두근거림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뻔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을 겪은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뻔한 감동’이 아닐까. 북적거리는 서울의 모습과 마음껏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것처럼 이전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은 우리가 가장 원하는 소망이 되었다. 그야말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새해전야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어쩔 수 없이 미룰 수밖에 없었던 겨울. 가족들과 훈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아쉬움을 달래 보면 어떨까. 홍지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중간중간 빵 터지는 유머감각과 함께 예상치 못한 카메오들의 대거 등장으로 재미를 보장하는 영화 ‘새해전야’를 만나보자.

장세민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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