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인'의 작은 개인전 'Witch Project' 포스터 / 카페 '파도' 제공
작가 '정인'의 작은 개인전 'Witch Project' 포스터 / 카페 '파도' 제공

장기화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문화생활을 영유하기 쉽지 않은 요즘 입장료를 받는 대관 형태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카페나 비스트로 등의 소규모 공간을 이용한 작은 전시나 공연이 눈에 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 '파도'는 여성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차나 음료를 마시며 함께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소장이 가능한 굿즈 상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라고 하면 근엄하고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러한 스몰 사이즈의 전시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특히나 '진품'에 '유일'한 고가의 작품들을 구매한다는 것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대형 전시의 경우에도 관람 후 관련 굿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샵이 각광받고 있어 팬시한 제품들이 인기를 끈다.

작가 '정인'의 작은 개인전 'Witch Project'가 열리는 카페 전경 / 카페 '파도' 제공
작가 '정인'의 작은 개인전 'Witch Project'가 열리는 카페 전경 / 카페 '파도' 제공

'파도'에서는 전시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당 작품과 관련된 굿즈나 소품 등을 착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지난 1월 29일부터는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한 20대의 젊은 여성 작가 '정인'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과거 성경에 나오는 7가지 죄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작가 '정인'의 이번 전시는 'Witch Project'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희대의 악녀라 불렸던 '마리 앙투아네트'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던 '마녀'의 이야기를 그림 속에 담아내던 작가이기에 여성성이 가진 내외적 의미를 작품에 투영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카페 '파도'와 상당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정인의 손길과 숨결이 묻은 여러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밤의 장막'이라는 주제를 지닌 세 점의 그림이었다. 죽음과 삶, 빛과 어둠, 꿈이나 기대, 선망하는 대상, 가족과 인연, 과거의 기억 등을 작품 속 공간에 이미지화하여 배치해 두었다.

작가 '정인'의 작품 '밤의 장막' 시리즈 / 카페 '파도' 제공
작가 '정인'의 작품 '밤의 장막' 시리즈 / 카페 '파도' 제공

연이어 배치된 작품 세 가지의 순서가 오른쪽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포인트이다. 어둠의 장막이 내려지고 더 이상의 이야기가 없을 것이라는 마무리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 조각들을 어떻게 짜깁기 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윤회'의 개념으로 해석이 가능할 듯 보였다.

'법과 정의', '사리분별', '자제력', '용기' 등 서양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네 가지의 기본 덕목을 표현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사회의 규정과 대비되는 개인의 모습이나 개개인의 행동이 융합되어 새로운 변화가 되어가는 것 등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그것들이 가진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 '정인'의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 / 카페 '파도' 제공
작가 '정인'의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 / 카페 '파도' 제공

정인 작가는 오해와 편견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었다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확신과 희망,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생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련되고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평이 담긴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작가 정인의 개인전 'Witch Project'는 이번 달 21일까지 계속된다.

오세정 라이프&컬처팀 기자 tweety@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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