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삼례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총 15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8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 모씨, 강모씨, 임 모씨 등 3명이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인 최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인당 3억2000만∼4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함께 소송을 낸 가족들에게도 국가가 1인당 1000만∼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배상금 중 일부는 최 변호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로써 피해자 3명과 함께 소송을 낸 가족 13명에게 지급할 전체 배상금은 15억6000여만원이고, 이 가운데 최 변호사는 3억5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국가와 검사의 책임이 모두 인정된 억울한 옥살이, ‘삼례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을까.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했다. 이들은 잠을 자고 있던 유 모 할머니의 입을 청색테이프로 막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원어치를 훔쳐 달아났다. 테이프에 입이 막혀 있던 유 할머니는 질식으로 사망했다.

이른바 `삼례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총 15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른바 `삼례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총 15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건 발생 9일만에 인근에 살고 있던 19~20살의 청년 3명이 잡혔다. 최 씨와 강 씨는 지적장애인이었고 이들은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밝혀져 재판에 회부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을 통해 이들은 결국 3~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10년이 넘게 “경찰의 폭행으로 인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런데 같은해 11월, 부산지검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고 용의자 3명을 검거한 사실이 있었다. 부산지검은 용의자 3명을 검거한 후 자백을 받아낸 뒤 전주지검으로 넘겼지만 전주지검은 이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부실수사 논란이 일어나고 꾸준한 재수사 요청이 들어왔지만 결국 모두 묵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이렇게 처음 잡혔던 3인이 진범인 채로 기억에서 잊혀질 뻔했다. 그러나 2016년 1월 말,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9년 용의자로 잡혔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3명 중 한 사람인 이 모씨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유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고 자신 대신 무고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피해자 3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나섰다. 유 할머니의 유족들도 당시 촬영된 경찰의 현장 검증 등을 토대로 세 사람의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이 씨의 공소시효는 만료된 상태였다.

이를 토대로 세 사람은 2015년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판을 열게 됐다. 재심 과정에서 경찰이 1999년 현장검증 당시 세 명에게 폭행을 하면서 행위를 강요한 영상이 등장했고 이것이 강요를 받았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결국 이들은 17년여 만인 2016년 10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손해배상 일부 승소 판결은 국가는 물론 당시 수사했던 검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인정된 판결이다. 진범을 잡고 이들에게서 자백까지 받은 상태에서 무고한 이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불법행위다.

비록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승소했지만 이들이 고통을 받았던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이 남용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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