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연속 영업적자 '쓴맛'...매각 포함해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있다" 밝혀

LG전자가 지난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매각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5년간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이 정리되거나 축소되면 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13%가 오르며 폭등하기도 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이전에도 계속된 적자 때문에 레퍼런스 폰 제작 협력을 했던 구글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LG전자가 직접 휴대폰 사업에 대한 거취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MC사업본부의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하지만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라는 쓴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출시했던 스마트폰들의 판매 부진이 결정타가 됐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던 ‘벨벳’과 새로운 폼팩터로 큰 주목을 받았던 ‘LG윙’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LG윙은 국내 누적판매량이 10만대에 못 미쳐 LG전자에 큰 충격을 줬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왜 이리 부진하게 된 것일까. 먼저 고질적인 사후지원의 미흡문제가 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보다 불안정한 OS와 늦고 적은 판올림 등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바라는 사용자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불만이 누적됐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폼팩터의 잦은 출시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폼팩터로 시장을 주도하려던 정책이 LG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모듈이나 스위블 등 새로운 폼팩터를 발표해 항상 큰 관심을 받지만 해당 폼팩터에 맞춘 소프트웨어의 부재나 빠른 지원 중단 등이 반복되자 새 폼팩터 제품을 구매해도 괜찮을까라는 불신이 커졌다.

셋째로 가격 대 성능의 불균형이다. 매스프리미엄을 표방하고 나온 벨벳의 경우 경쟁사의 프리미엄폰과 비슷한 가격이 책정됐지만, 제품에 적용된 AP 등 성능은 보급기 수준이었다. 현재 전체적인 제품들이 상향평준화가 되었지만, 사용자들은 스펙에 따른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기를 원한다. 벨벳의 사양에 어울리는 가격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외면이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졌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LG윙 역시 새로운 폼팩터에 어울리는 새로운 AP가 적용되기를 기대했지만, 역시 보급기 수준의 AP가 적용됐다. 제품의 스펙도 마케팅인 현시점에 새로운 폼팩터에서 좀 더 공격적인 사양으로 출시되기를 기대했던 사용자들을 실망시켰던 것이 판매량 부진의 원이이 됐다.

LG전자가 지난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매각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LG전자가 지난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매각까지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LG전자에 대한 애증으로 사용자들의 성토가 꽤 오랜 시간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에 이런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와 소통의 부재 역시 판매 부진의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런 LG전자에 대해 “마케팅 빼고 다 잘 한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부의 이 같은 연속 적자와 전략제품의 실패에도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고려해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LG전자의 대부분의 가전제품 등은 IoT를 염두해 개발되고 있는데 정작 스마트폰이 없다면 남 좋은 일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 적자가 너무 오래, 그리고 너무 많아지면서 큰 고민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거나 매각한다면, 현재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가전사업부의 미래도 알 수 없게 된다. 따라서 LG전자가 매각보다는 휴대폰 사업부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제품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부분전환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롤러블폰인 ‘LG 롤러블’을 단 5초 공개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제품은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제품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양산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위한 기술 과시용이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 주장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때는 삼성과 함께 전 세계 1, 2위를 다투던 LG전자의 위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LG전자 모바일 사업의 몰락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과연 LG전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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