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보이지 않는 눈은 누구를 노리나,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발행일시 : 2021-01-07 09:25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포스터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포스터>

요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물체로 드론을 빼놓을 수 없다. 드론이 영화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가 하면, 드론을 이용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촬영은 일반적인 풍경이 됐다.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감독 개빈 후드)는 드론이 등장하는 대표적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딱히 누구를 주연이라고 하기 힘들다. 인물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스틸컷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스틸컷>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드론이 이 영화의 주연이자 주인공인 셈이다. 의성어와 연관된 '드론'이라는 이름은 사람이 드론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인식했느냐에 초점을 맞춘 작명이다. 드론은 '미미한 소리'가 아니라 기기[vehicle]이자 '무기'다.

드론은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에겐 '미미한 소리'지만, 전파를 통해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에겐 '드론 앞의 사람'을 언제든 제거할 수 있는 치명적 무기다. 이 이중성은 본질적으로 이격성{離隔性}에서 비롯한다.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스틸컷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 스틸컷>

영화가 다루는 또 다른 주제는 전쟁 상황에서 종종 거론되는 소위 '부수적 피해'이다. 인명피해 가능성을 '적정한' 퍼센트로 제시하여 작전 승인을 받고,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싶은 열망에 퍼센트를 조작하기까지 한다. 분명 추악한 모습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즉 "manned"의 모습이기도 하다. 열망하고 갈등하고 조작하는 행태는 인간에게만 나타나지 AI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드론에게도 마찬가지다. 소녀의 무고한 죽음과 그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군인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드론 영화이지만 주연이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증명인 셈이다.

개봉 : 2016.07.14.
감독 : 개빈 후드
출연 : 헬렌 미렌, 아론 폴
등급 :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02분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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