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객사하며 작은 돌멩이를 꼭쥐고 있던 이유는, 영화 '굿바이'

발행일시 : 2020-12-29 10:15
영화 '굿바이' 포스터 <영화 '굿바이' 포스터>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시작과 끝은 생명의 현상이다. 사람이란 생명체가 원해서 삶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듯, 죽음 또한 피할 수 없다.

사람의 죽음은 망자에겐 죽음이지만 망자를 보낸 사람에겐 삶이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영화 <굿바이>는 죽음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원제가 'Departures'이다. 이 영화가 죽음을, 출발 혹은 떠남보다는 배웅으로 해석하기에 한국어 제목 '굿바이'가 'Departures'보다 더 적절해 보인다.

영화 '굿바이' 스틸컷 <영화 '굿바이' 스틸컷>

누군가를 배웅함으로써 자신의 삶과 삶의 맥락을 짚어보게 된다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깨달음 같은 걸 담으려고 노력한 영화다.
 
영화 <굿바이>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이 영화는 장례지도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소재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천착한 따뜻한 드라마이다.

영화에서 일본의 고유 장례 문화를 소화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일본인이 아닌 관객에게는 죽음에 접근하는 특이한 관점이 제시되어 흥미로웠다. 나아가 죽음에 관한 모종의 통찰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확보한 진지한 영화라고 해야겠다.

영화 '굿바이' 스틸컷 <영화 '굿바이' 스틸컷>

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의 돌아가신 어머니 집에 사는 다이고 부부에게, 다이고가 어릴 때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가정을 버린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평생 거두지 못한 다이고는 장례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내의 설득으로 객사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간다.

예상대로 장례지도사인 다이고는 염습 등 직접 아버지의 장례를 진행한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손에 꼭 쥐어진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사후경직으로 굳은 손가락을 펴자 거기서 작은 돌멩이가 하나 떨어졌다. 어린 다이고가 아버지에게 준 돌편지였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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