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 도슨트 인터뷰 / 사진 : 정지원 기자
정우철 도슨트 인터뷰 / 사진 : 정지원 기자

미술관에 갈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도슨트 해설의 여부이다. 도슨트가 있다면 꼭 그 해설을 이용하는 편인데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감상하는 것과 전시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바탕이 된 풍부한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식견이 높아지는 한편, 전시를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어서 도슨트를 들은 전시들은 특히 여운이 더 길게 남는다.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전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던 터라 도슨트라는 직업에 대해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을 가져왔다. 그래서 한때는 도슨트를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도슨트가 ‘직업’보다는 ‘자원봉사자’라는 인식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슨트의 꿈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도슨트 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정우철 도슨트가 핫하게 떠올랐다. 정우철 도슨트로 인해 도슨트라는 직업에도 덩달아 관심이 모이고 있는 중이다. 직업 도슨트의 인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정우철 도슨트는 과연 어떤 인물인지 너무나도 궁금했었는데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전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우철 도슨트는 현재 앙리 마티스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내년 3월 3일까지 개최되는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전시의 도슨트를 담당하고 있다. 마티스 특별전은 마티스의 ‘컷아웃’ 기법 작품, 무대의상, 로사리오 성당 건축 등 그의 노년기 작품 활동으로 구성되었다.

정우철 도슨트 해설의 특징은 작품을 세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작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한 작가의 인생을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 텔링 해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전시 해설을 들었으나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얻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작가의 인생 스토리를 듣는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정우철 도슨트는 이번 마티스 특별전에서도 관람객들을 그의 인생에 완전히 매료시켰다. 그의 해설은 마치 마티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어서 귀를 기울이고 흥미진진하게 듣게 되었다. 관람객들은 마티스가 예술에 흥미를 느끼게 된 시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당시 마티스의 상황에 이입해 작품들에 공감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정우철 도슨트 인터뷰 / 사진 : 정지원 기자
정우철 도슨트 인터뷰 / 사진 : 정지원 기자

마티스가 자신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음에도 변치 않고 항상 따라오는 ‘야수파’ 수식어를 매우 아쉬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에게 이 전시를 통해 앙리 마티스의 다른 면모도 보아줄 것을 당부하며, 노년의 앙리 마티스가 사용한 그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색과 죽기 전 그의 순수함을 느껴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는 바람의 말을 덧붙였다.

정우철 도슨트의 전시 해설을 들은 후 감사하게도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Q : 전시 해설을 위한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과정이나 준비 기간은?

A : 시나리오 작업 방식이 조금 변화했는데 이전에는 전시작가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했었다면 이제는 작가 관련 책을 두세 권 반복해 읽어 먼저 화가의 인생을 파악한다. 그리고 화가의 이름을 검색해 오래된 순 뉴스로 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전시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흥미로울 만한 포인트를 찾아낸 후 에 정보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작업을 한다. 시나리오는 전시가 시작하기 두 세 달 전부터 집중적으로 준비한다. 전시가 시작한 후 1-2주 후에야 진정한 완성이 되는 것 같아서 관람객분들께 1-2주 후에 해설을 들으러 오시길 추천드린다.

Q : 이번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에게 중점적으로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A : 우리는 작가의 단편적인 부분만 아는 경우가 많다. 앙리 마티스라는 작가 역시 야수파로 유명하기 때문에 많이들 야수파 전시로 알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본 전시는 컷 아웃전이며 앙리 마티스의 노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전시 관람 포인트를 알려 드리자면 왜 마티스가 붓 대신 가위를 들었는지와 왜 본인의 역작으로 회화가 아닌 성당을 꼽았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Q :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있다면 누구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 샤갈과 뷔페이다. 특히 샤갈은 그림보다도 그의 인생을 좋아하는데 많은 전쟁을 경험한 매우 힘든 인생이었음에도 그 속에서도 행복을 그렸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Q :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시각이나 노력은?

A : 먼저 열린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이번 마티스 전에서는 너무 단순화된 그림을 보면 ‘나도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미 마티스가 이미 선구자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부분 역시 열린 마음으로 보아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또 전시를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한데,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 역시 예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Q : 많은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강연과 전시해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A : 강연의 어려움을 깨달았다. 전시와 강연 특성상 호응에 차이가 있어 처음엔 당황했던 것 같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압박감, 부담감이 매우 크게 다가왔다. 진지하게 이 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를 극복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되어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기로 했다.

Q : 지난 1년 동안 전시 해설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 인상 깊은 관람객이 두 분 있다. 한 분은 우울증을 갖고 계신 분이었는데 해설을 들으시다 눈물을 흘리셨다. 후에 그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 제 해설 속 화가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감명과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또 다른 분은 베르나르 뷔페전 해설 때 만난 남성분이었다. 해설 도중 남성분이 펑펑 우셨는데 남성분이 우시는 경우는 드물어 그 연유가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디자이너셨는데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 일도 그림도 그만두시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추억을 그리는 베르나르 뷔페의 이야기를 들으시며 뷔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분은 다시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내 방식에 확신을 얻게 된 귀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도슨트를 하며 알게 된 것은 작품 관람뿐만 아니라 삶의 위로를 받기 위해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도슨트로서 단순히 정보 전달의 역할을 넘어 화가의 인생을 전함으로써 관람객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Q 1년 전 인터뷰 영상을 보면 '전시 흥행에 도움이 되는 해설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1년 동안 그 부분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보는가?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가 ?

A : 전시 흥행도 흥행이지만 도슨트의 자리에서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시의 감동을 전해주는 것 역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1년 동안 또 지금까지도 자리의 무게를 느끼게 되어 부담감과 압박감에 치열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시와 공부에만 몰두하느라 사람도 잘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유명세를 타서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이는 오해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도슨트가 되겠다.

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발전하려 노력하는 정우철 도슨트의 행보가 기대된다. 해설을 듣고 보니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그만의 독자적인 해설은 정우철 본인뿐만 아니라 도슨트라는 직업을 부상시킬만한 가치가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이 모토인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은, 지루하고 난해할 것이라 여겨지기 쉬운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듯 전시를 설명하기 때문에 예술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들도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듣게 된다면 예술에 대한 흥미가 샘솟을 것이라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존경스러웠던 부분은 그가 지향하고 고민하는 도슨트의 역할이다. 그는 도슨트로서 전문적인 정보 전달의 역할을 넘어, 화가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해주는 역할 또한 수행하고자 한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그의 경험을 통해서 예술에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이 있고 도슨트가 이 힘의 작동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직업에 대한 마음이 참 귀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들어보고 싶거나 또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현재 진행되는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우철 도슨트의 스토리텔링을 들으면서 작가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작가의 삶을 통해 위로받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임수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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