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98분짜리 라면CF' 대 황당 로맨스, 한 각본-두 영화 '#살아있다'와 '얼론'

발행일시 : 2020-11-30 09:20
영화 '#살아있다' 메인 포스터 <영화 '#살아있다' 메인 포스터>

각본가는 감독이나 주연배우만큼 각광받지 못하지만 중요도로 따지면 각본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각본을 가지고는 아무리 명감독이고 명배우라고 해도 놓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러므로 유명 감독 중에 자신의 각본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 형편을 이해할 만한다. 가수 중에 싱어송라이터가 더 인정받는 맥락과 비슷하다.

영화 '얼론' 메인 포스터 <영화 '얼론' 메인 포스터>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으로 영화계가 전례 없이 고전하는 가운데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한 각본가의 한 각본으로 두 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아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다'고 판정해도 될 만큼 내용이 유사하다. 미국에서 제작된 <얼론(Alone)>과 한국영화 <#살아있다>이다. 맷 네일러라는 외국인 각본가가 <얼론>의 제작에 참여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같은 내용으로 한국 영화 각본까지 맡은 건 이색적이긴 하다.

그렇다면 아주 훌륭한 각본이어야 한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망작(亡作)에 가깝다. 두 영화 모두 산만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고, 전개의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거의 비슷하지만, 동시에 '중요하지 않은' 많은 디테일의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이 쓰는 무기가 골프채(유아인)와 야구방망이(타일러 포시)란 차이를 보이고, 집안에 침입자가 들어오는 경로와 그 성별이 다르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식량의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먹방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살아있다>는 '라면' 장면을 부각해 편집했다. 결과적으로 <기생충>의 패러디도 아니고 PPL도 아닌 자발적 라면CF로 판명된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살아있다>가 '라면CF 영화' 정도로나 기억될 공산이 크지 않을까.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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