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한복 노출...자국 문화 편입 의중
샤이닝니키 한복 의상 콘텐츠 출시...중국 유저의 반발로 서비스 종료

지난 4월부터 방영된 중국의 드라마 '성화14년'은 청룽(성룡)이 제작을 하고 우리나라에 입국 금지된 스티브 유(유승준)이 출연해 관심과 논란을 함께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막상 방영하고 보니 마치 우리나라 사극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명나라 배경의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복식이 마치 한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입은 망건과 모자는 한국의 망건은 물론 ‘갓’과 매우 유사했다.

또 2017년 방영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 있었던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와 올해 초 방송됐던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에서는 주로 시녀나 하인, 포로 등 신분이 낮은 인물들이 한복과 비슷한 의복을 착용하고 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8월 30일 무관중으로 열렸던 ‘2020 미스홍콩 선발대회’에서는 각 후보의 장기자랑 무대가 펼쳐졌는데, 이 무대의 백댄서들은 한복을 입고 부채와 우산 등의 소품을 활용해 춤을 췄다.

이 대회에서 후보들은 각자 밸리댄스나 플라잉 요가, 춤 등의 장기를 선보였는데, 이들의 장기자랑은 물론 대회 자체의 콘셉트 역시 백댄서들이 한복을 입고 춤을 춰야 하는 이유는 전혀 없었다.

최근 한복이 지속적으로 중국 방송 등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면 중국의 동북공정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상황을 대비, 간도 지방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복을 자국의 드라마나 무대에 은근슬쩍 노출시키는 이런 행위들은 마치 한복이 중국 문화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속셈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들게 하는데, 특히 낮은 신분의 인물들에게만 한복을 입히는 저의도 추리해 보자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추측에 일각에서는 단지 중국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증 부족’이나 ‘의상 디자인 선택’에 따른 우연한 결과일 뿐 과잉반응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말 우리가 과잉반응을 한 것일까.

이런 의구심을 한 방에 날려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중국산 모바일 게임인 ‘샤이닝니키’의 종료 사태다.

한복 의상 콘텐츠를 출시한 샤이닝니키가 중국 유저의 반발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복 의상 콘텐츠를 출시한 샤이닝니키가 중국 유저의 반발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 한복 콘텐츠 논란에 서비스 종료한 ‘샤이닝니키’

중국의 게임제작사 페이퍼게임즈의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는 지난 11월 2일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서비스 기념 '한복' 콘텐츠 출시를 예고했다.

그러자 중국 유저들이 중국 공식 웨이보에 '한복이 명나라 의상과 비슷하다', '한복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 의상이다', '한푸를 왜 한복으로 내느냐’는 등의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이 중국 문화라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한국 공식 트위터까지 몰려와 난장판으로 만들며 논란을 일으켜 국내 유저들과 반목했다.

그런데 ‘샤이닝니키’의 제작사 페이퍼게임즈의 대응이 이상했다. 예고했던 한복 콘텐츠가 한국 서버에 서비스된 날, 페이퍼게임즈는 자사의 웨이보를 통해 자사를 ‘하나의 중국 기업’이라 칭하며 한국 서버의 유저가 중국을 모욕할 경우 한국인 유저들을 채팅 금지나 계정 정지를 시키고 중국의 전통과 국가의 존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국의 전통과 국가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말은 한복이 중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중국 유저들의 주장을 옹호한다는 의미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 유저들은 크게 분노했고 공식 게시판에 한국어로도 사과문을 올리라고 항의하며 환불 요청 및 탈퇴 운동을 벌였다.

페이퍼게임즈는 이런 한국 유저들의 항의에 아랑곳 않고 별다른 설명이나 사과 없이 출시한 한복 아이템들을 파기 및 회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같은 날 페이퍼게임즈는 ‘샤이닝니키’의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해 한국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동안 게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생기는 경우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게임사 스스로 서비스를 아예 종료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했기 때문이다.

페이퍼게임즈가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자국인 중국과 자국 유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한국 서비스의 종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한국 유저들을 기만하는 자세를 보였다.

페이퍼게임즈는 서비스 종료를 알리면서 “논란을 일으킨 의상 세트 폐기 공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정들이 중국을 모욕하는 급진적인 언론을 여러차례 쏟아냈다”며 “결국 우리의 마지막 한계를 넘었다”고 남겼다. 마치 서비스 종료에 대한 책임이 한국 유저에게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이번 논란은 중국 유저들이 멋대로 일으켰고 한복 콘텐츠 폐기는 게임제작사가 중국 여론의 손을 들어준 결과물이었다. 원인 자체가 중국 유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저 때문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에 서비스하고 있는 다른 중국 게임들의 이미지도 나빠질 정도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 ‘샤이닝니키’ 사태로 동북공정 의지 드러낸 중국

최근 BTS, 블랙핑크 등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스타들이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한국의 전통 의상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완수를 위해 이런 세계의 관심을 그대로 뺏어오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드라마나 무대 등을 통해 은밀하게 한복의 노출 작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샤이닝니키’ 사태는 중국의 의중이 의도치 않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일종의 ‘실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로 드러났다 해서 결코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과 중국 국민들도 동북공정의 많은 부분들이 역사 왜곡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왜곡에 의해 나오는 불만을 힘을 통해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이번 사태도 양국 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중국 당국이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사안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국 역시 중국에 경제적, 안보적으로 상당히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생기는데, 중국은 이를 이용할 줄 아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우리 문화. 자칫하면 눈 깜짝할 사이 중국의 문화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중국의 은밀한 동북공정 의중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만큼 우리도 경각심을 가지고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지 방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의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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