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위주의 식단, 그리고 하루 한 번 이상은 한식으로 차려지는 식탁이기에 가끔 색다른 요리가 입에서 손끝에서 당길 때가 있다. 요 며칠 동안 한국에서 가끔 배달시켜 먹었던 양장피가 생각이 난다.

양장피란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 피(皮) 두 장이라는 뜻이다. 야채나 해산물은 집에 있는 것을 사용하면 되지만, 메인이 되는 피(皮)를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중국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여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Jusgo라는 중국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수많은 중국식 면들 속에서 양장피라고 쓰여진 한자와 영어는 모두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중국 샤브샤브에 사용되는 고구마전분으로 만든 넓은 당면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어쩌면 더 쫄깃한 식감으로 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당면이 삶아지는 동안 잡채용 돼지고기에 간장, 설탕, 맛술, 후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잠시 재워 둔다. 오이는 껍질만 사용하여 채 썰고, 달걀도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하여 지단을 부쳐 놓는다. 크래미는 오이와 같은 길이로 잘라 잘게 찢어 놓고, 새우는 끓는 물에 데쳐 준다. 오징어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마트 다녀오기가 번거로워 포기하고 냉동실에 있는 관자로 대신한다.

당면이 익으면 찬물에 헹구어 참기름, 간장, 설탕을 넣어 밑간을 해준다. 팬에 기름을 두른 후 밑간 한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어 볶아주고 돼지고기가 익으면 표고버섯, 홍고추, 청고추를 넣어 볶고 굴 소스와 참기름을 추가하여 양장피 위에 올린다.

연겨자 한 큰 술에 설탕, 식초, 간장과 소금 약간, 마늘가루, 참기름을 섞어 겨자소스를 만든다. 먹기 직전 겨자소스를 뿌려 먹으면 새콤하고 톡 쏘는 겨자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한국식 중화요리가 된다.

가을을 맞아 출신 된 시즌 상품 중 늙은 호박 모양의 파스타가 눈에 들어온다. 듀럼(Durum)밀에 건조시킨 버터넛호박(Butternut Squash)을 넣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깜찍한 모양에 이끌려 구입하게 되었다.

끓는 물에 소금과 올리브유 약간을 떨어뜨린 후 파스타를 삶아낸다. 다른 종류보다 두께가 있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제품 설명서에 나온 시간보다 5분은 더 삶아야 부드러워졌다.

오늘의 가을 호박 파스타를 위해 같은 마트에서 구매한 알프레도 소스를 이용한다. 이 역시 아이들이 토마토소스 보다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편마늘을 볶다가 양파, 당근, 브로콜리, 닭 가슴살을 추가하여 어느 정도 익으면 파스타 소스와 면수 한 국자를 넣어 살짝 끓인다. 후추를 뿌리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해준다. 마지막으로 알맞게 익은 파스타를 넣고 섞어주면 완성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알프레도 소스와 색다른 모양의 파스타로 만든 점심 한 끼를 통해 따분한 주말을 이겨내 본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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