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봄방학은 길다. 한국에서는 추석 연휴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의 주말에 유학원 식구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의 추석맞이 행사를 진행했었다.

근처 멕라렌 공원에 토요일 오전 11시에 모이기로 한 가족들은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와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보물 찾기, 윷놀이, 2인 3각 경기, 스피드 게임 등 조별 이벤트를 즐겼다. 오랜 타국 생활에 지쳐있던 우리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유학원 원장님께서 푸짐한 상품도 준비해 주셔서 참여한 모두가 한 가지씩 선물을 받아 갈 수 있었다는 점도 기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데 한몫 톡톡히 하여 주었다. 한국의 가족들이 그리운 만큼 이곳에서 가족처럼 지내는 유학원 식구들이 있어 서로서로 의지하며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봄방학의 첫 주말을 보내고 지난 겨울방학 이후 준비해 온 4박 5일의 남섬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 타우랑가를 출발하여 오클랜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 남섬 제1의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점심 무렵 공항에서 가이드를 맡아주실 담당자와 만나 식사를 하면서 남섬 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십여 년 전 지진이 일어나 많은 피해가 있었고 여전히도 당시의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이 존재하고 있어 무척이나 신기한 도시였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에 우리나라의 경기도보다 면적이 더 크다는 켄베리 대평야를 지났다. 차로 2시간 이상을 달려 타포카호수를 찾았고 호수 뒤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알프스산맥의 장관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모든 풍경이 경이롭고 자연의 웅장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남섬이기에 영화 속에서나 봤을 법한 풍경들에 넋을 잃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에서 보았던 그 풍경 그대로가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기만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Mt. Cook에서는 만년설을 볼 수 있었다. 저녁 무렵 도착한 퀸즈타운은 영국스러운 곳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스위스 같은 느낌이 더 강한 곳이었다.

퀸스타운에서도 하루 코스로 날을 잡아 방문해야 한다는 밀포드사운드는 눈으로 뒤덮인 산과 호수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유람선을 타고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구경한다고 했을 때는 일반적인 관광지의 유람선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 어느곳 에서의 유람선 관광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다음 날에는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행 중 번지점프를 시도한 것은 초등 6년생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는 번지점프를 살펴보았는데 안전장치가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번지점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견한 아이들 덕에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꼭 도전해보리라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날 오후에는 마치 영국에 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더니든이라는 이쁜 도시도 둘러볼 수 있었다.

여행 내내 아이들도 사이좋게 잘 지내고 함께 한 모든 가족들과 마음이 잘 맞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이드분 역시도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 대한 많은 지식을 섭렵하고 계신 분이셔서 방문하는 지역마다의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봄방학을 이용하여 다녀온 남섬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큰아이는 밀포드사운드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작은아이는 번지점프장을 이야기하며 한국에 있는 아빠와 꼭 다시 가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하여 뉴질랜드의 매력에 점점 더 푹 빠지게 되는 것만 같은 우리 가족이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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