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를 사기 위해 금값을 냈는데 80% 은이 섞인 금괴를 파는 가게가 있다? 그런 것을 누가 사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바로 당신일지 모른다.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를 상용화해 판매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 8월 기준 전국 가입자 수가 865만여명에 이르지만, 이들 대부분은 4G LTE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5G 비용을 냈는데 4G 서비스를 받고 있으니 금값을 내고 은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품질평가결과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 평균 커버리지는 기지국이 비교적 잘 구축된 서울에서조차 약 70%에 불과했으며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지하철 객차 안에서 5G가 LTE로 전환되는 비율은 19.49%에 달했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소비자들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소비자들

◆턱없이 부족한 기지국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기지국이 형편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5G 기지국은 4G 기지국에 비해 13.5%에 불과하다. 5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따라서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5G는 제대로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이를 판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제는 더욱 불합리하다. 현재 이통사의 5G 무제한 요금제는 5만5000원에서 13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으며 제공되는 데이터 양 등은 서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월정액 5만5000원짜리 요금제는 월 8~9GB의 데이터를, 7만5000~13만원짜리 요금제는 150~200GB에서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5만5000원 요금제는 제공된 데이터를 소진하면 속도를 제어(1~5Mbps)해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무제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 속도는 메신저나 웹서핑을 간신히 할 정도일뿐 우리가 5G 요금제에서 기대하는 속도는 절대 아니다.

또 요금제도 다양하지 않다 보니 요금 구간의 공백이 크다. 5만5000원 요금제의 데이터가 약간 부족한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로 옮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오히려 데이터가 남는 낭비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불합리함에 대해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성토했지만 이통사는 이를 흘려버리기 일쑤였고 그저 5G 전용 휴대폰을 팔기에 바빴다.

그러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이르러서야 통신요금 인하를 약속했다. 이통 3사 사장급 임원들이 지난 8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통3사는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대를 낮추는 방안과 월 4만5000~5만5000원 수준인 5G 저가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를 늘리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G 서비스 원가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5G 요금의 공급비용 추정 원가는 3만674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들이 내는 평균 요금은 5만1137원으로 원가에 비해 140% 가량 높다.

물론 이는 평균치 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가입하는 7만~10만원 요금제를 따졌을 때에는 거의 300%에 가깝다.

또 이통사들은 약정 할인 폭이나 각종 혜택 등을 고가 요금제에 집중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데이터 공급량을 조금 더 늘리더라도 원가는 크게 변하지 않는데 요금은 크게 차이가 나므로 고가 요금제를 가입할수록 더욱 높은 마진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높은 마진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이기에 아주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들에 납득시키려면 적어도 통신망을 제대로 구축해 속도와 품질에 대한 불만은 갖지 않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5G가 출시된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3조2263억원이 투입됐고 유통망에 지급되는 장려금 규모가 6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이통사가 서비스 판매에만 열을 올렸고 통신망 구축은 나 몰라라 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분노를 야기시킨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낮은 품질로 지속적인 불만을 야기시켰던 이통사들. 이제야 요금제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또다시 면피용으로 생색내기식 가격인하 정책을 내놨다가는 국민들의 분노가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