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사랑을 뚫고 환멸로 비상한 잭 런던의 작가정신의 끝은? 영화 '마틴 에덴'

발행일시 : 2020-10-26 09:15
영화 '마틴 에덴' 포스터 <영화 '마틴 에덴' 포스터>

"세상은 나보다 강하다. 그 힘에 맞서 내가 가진 건 나 자신뿐이지만 다수에 짓눌리지 않는 한 나 역시 하나의 힘이며 내 글의 힘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한 내 힘은 가공할 만하다. 왜냐하면 감옥을 짓는 자는 자유를 쌓는 이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영화속 마틴 에덴의 대사 영화 '마틴 에덴'은 경계를 논한다. 잭 런던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런던이 소설에 담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자전적인 내용에다 20세기 이탈리아 이야기를 섞었다.

원작의 줄거리 틀과 문제의식을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영화로, 경계에 선 인간의 고뇌와 좌초를 그렸다. 다른 계급에 속한 남녀의 사랑은 예술작품이 다루는 오래되고 익숙한 소재이다.

잭 런던의 '마르틴 에덴'과 영화 '마르틴 에덴'에서 그 구도를 답습하면서 신분상승 수단으로 ‘글’을 제시한 것이 이채롭다. 런던은 소설 '마틴 에덴'을 개인주의 비판으로 요약했는데, 사실 개인주의자는 경계를 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당연한 이야기로, 개인주의가 더 강할수록 어떤 영역에 속하기 더 힘들어진다.

영화 '마틴 에덴' 스틸컷 <영화 '마틴 에덴' 스틸컷>

그러나 한편으론 ‘마틴 에덴’으로 유형화한 인물은 개인주의자로서 경계에서 배회함으로써 작가정신을 실현하고 모종의 실존을 획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실존이 꼭 존재의 증명일 필요는 없고 자유의 증명으로 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가 근대인의 숙명이기 때문일까. 현대를 사는 인간이 먼저 개인으로 존재하고 그런 이후에 개인을 넘어서게 된다는 관점에서 모두는 마틴처럼 경계인이다. 주인공이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은 영화의 영상언어를 사용하는 방법과도 연결된다.

영화 속 ‘사실’과 회상ㆍ기억은 영상에서 구분된다. 기억과 회상은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영상으로 구현되었다. 여기서 실제 영상은 극중에서 상상이나 기억이 되고 픽션은 극중에서 사실로 설정된다. 마틴 삶의 전도와 호응하듯 넌픽션과 픽션은 역전된다. 소설로는 불가능한 표현이어서 '마틴 에덴'의 영상적 해석의 결을 풍성하게 했다.

개봉 : 2020.10.29
감독 : 피에트로 마르첼로
출연 : 루카 마리넬리, 제시카 크래시
상영등급 :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29분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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