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이곳의 지인분이 도토리가루로 직접 묵을 만드셨다며 선물을 해주셨다. 식료품 마트에서 파는 것이 아닌 집에서 만들었다는 도토리묵을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도토리묵을 아주 좋아하셔서 직접 묵을 만드시는 모습을 자주 뵈었기 때문이다. 도토리가루를 물에 풀어 팔이 아프도록 저으면서 끓이다가 차갑게 식혀 만든 할머니표 도토리묵은 정말 최고였고 여전히도 그리운 맛 중 하나이다.

간장 양념에만 찍어 먹어도 맛있는 도토리묵이지만 냉장고 속에 있는 야채들을 꺼내 도토리묵 무침을 만들어 보았다. 상추나 치커리는 없어 양상추로 대신하였고 양파와 당근을 추가하였다. 간장에 고춧가루, 설탕, 다진 마늘, 파, 통깨, 참기름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준비한 야채와 묵을 먹기 좋게 썰어 무쳐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도토리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몸속에 쌓이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고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타닌 성분으로 인하여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돈가스를 만들고 남은 돼지 등심이 냉동실에 방치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라 꺼내어 돼지 등심 스테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평소라면 탕수육을 만들었을 테지만 오늘은 두 아이의 식사를 위해 스테이크로 준비해 본다.

두툼한 돼지 등심을 반으로 저며낸 후 앞뒤로 소금, 후추, 마늘가루를 뿌려 둔다. 스테이크 소스, 발사믹 식초, 토마토케첩, 설탕 또는 올리고당을 이용하여 함께 조려 줄 소스를 만든다. 요즘 큰아이는 마늘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육류와 함께 구워 내는 마늘을 상당히 즐기고 있어 이번에도 빠뜨리지 않고 넉넉하게 준비해 준다. 돼지 등심을 앞뒤로 잘 구어 익힌 후 준비한 소스를 부어 살짝 졸여내면 완성이다.

가니시로 미니당근과 브로콜리를 사용하고, 현미밥과 함께 돼지 등심 스테이크를 담아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송이 수프까지 끓여 내어주면 두 아이를 위한 멋진 저녁식사가 된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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