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 학기가 끝나가고 이번 주 금요일이 지나면 2주간 봄방학이 다시 시작된다. 정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생활한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가 여기 왔을 때처럼 날씨 좋은 여름이 다시 오고 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된 이곳은 꽃샘추위가 한창이다.

아직도 달력의 날짜와 계절이 잘 매치가 안 되지만 9월의 봄이 시작되었다. 낯설지만 지내보니 우리나라의 봄과 다른게 없다. 낮에는 햇살이 아주 따뜻해 차 안에서는 가벼운 옷차림이 적당하지만 다른 계절보다 바람이 많아 싸늘하게 느껴진다. 딱 우리나라의 꽃샘추위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벚꽃이 피려는지 벚나무 가지에 빨갛게 물이 올라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상인 탓에 꽃은 피어 있었지만 봄이라는 계절에 피어난 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고 나무들도 새순이 올라와 파릇파릇한 자태를 뽐낸다. 겨울에는 저녁 5시만 지나면 어둑어둑 해지고는 했는데 이제는 저녁 6시가 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하니 점점 낮이 길어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는 서머타임도 다시 시작되어 한국과의 시차가 4시간 정도 나게 될 예정이다. 얼마 전엔 해가 쨍쨍하던 날씨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로 무지개가 생겼었다. 가까이서 무척이나 선명한 무지개를 보는데 마치 무지개 넘어 신비로운 세상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난생처음 눈앞에 선명한 무지개를 보니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기도 했다. 너무 신나하며 운전하는 나를 뒷좌석에 앉아 지켜보던 작은아이가 어린애 같다며 웃는다. 엄마 평생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무지개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해 주며 즐겁게 무지개를 감상했다. 뉴질랜드에서 참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요 며칠은 좋은 걷기 코스를 알게 되어 시간 날 때마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주변이 다 그림 같고 사진 같은 풍경이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오전에 영어교실을 다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사실 영어책 읽기는 버거운 과제 같은 느낌이었는데 북클럽 덕분에 매주 어떤 책이든 한 권씩 읽고 있다는 뿌듯함이 크다.

매번 만날 때마다 배운 거 물어봐 주시고 틀린 발음을 고쳐주시는 친구 같은 JOY 할머니와 매주 월요일에 만나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시간도 매우 중요한 일상이다. 지난 주말에는 JOY 할머니 댁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서 저녁도 먹고 보드게임도 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왔는데 아이들 모두가 그 시간을 너무 좋아했다.

JOY 할머니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정해 함께 하자고 해주셨다. 우리 가족이 타국에서 외로워하지 않게 늘 챙겨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한국의 가족들과 만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를 버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인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어 준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에 영어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골프 수업에 개인 레슨을 추가하여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워 보기로 했다.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이 모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분명 그리워질 것이기에 좀 더 열심히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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