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인물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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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의 2020년 인문 독서아카데미 사업의 일환인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 중 '제1부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가 5회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윤지관 교수님의 강연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차인 5회차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길 없는 곳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정치가이자 과학자이다. 괴테는 1749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출생하여 1832년 바이마르에서 세상을 떠났다.

괴테의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 시대', '파우스트' 등이 있다. 괴테는 부모님의 권유로 법학을 전공한 후 변호사가 되지만, 어릴 때부터 문학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기에 17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집필하게 되었고 소위 ‘베르테르 열병’이라 일컫는 현상이 생길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바이마르에서 10여 년에 걸쳐 공직생활을 하지만 끊임없이 작가의 길을 갈망했던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 후 보다 본격적인 작품 생활을 시작했으며 1831년. 마침내 오늘날 세계문학 사상 최대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파우스트'를 완성한다. 한편, 괴테는 세계 문학 이념의 주창자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세계문학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괴테가 앞으로는 세계문학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처음으로 이 개념을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 괴테와 걷기

대학생 때부터 근교 산책을 즐기던 괴테는 대학 졸업 이후 바이마르, 이탈리아, 베니스 등 각지로 탐사 여행을 다니곤 했으며 화산을 3번 등산하는 등 걷기에 대한 관심을 지속했다.

윤지관 교수는 걷기가 갖는 두 가지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로, 걷기란 내가 움직이는 과정이다. 어느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즉 안과 안을 이동하는 과정으로서 걷기는 안과 안을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그리고 이때 걷는 행위자는 풍경에 함께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 걷기는 일상에서의 해방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른 교통수단과는 달리 걷기는 행위자가 길을 잃거나 방황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히 몸을 맡기면 되는 대중교통이 아닌 걷기를 통해서 행위자는 주체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며 스스로 몸을 소진함으로써 해방감 또한 느낄 수 있다. 걷기는 가볍게는 산책의 형태를 통해 잠시 일상에서 탈피하는 경험을 선사하는가 하면, 이를 넘어 도보여행이 되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순례의 경험을 하게 한다.

괴테의 주요 작품에서도 걷기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윤지관 교수는 괴테의 소설 속 주인공은 대부분 젊은이이며 주로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담는 빌둥스로만(Bildung-roman)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빌둥스로만에서는 주인공들이 헤매기도 하고 고뇌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치열하게 길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파우스트'에서는 주인공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산책길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파우스트는 길에서 만난 악마와 계약을 하고 어두운 욕망을 좇으며 방황하게 되지만 결국 진리의 길을 추구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기도 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역시 주인공 베르테르와 사랑하는 여인의 첫 만남은 산책을 통해서였다. 베르테르는 산책을 즐기는 아마추어 화가였는데 자연 속에서 종종 명상을 하기도 하고 자연 풍경을 그리기도 하였다. 베르테르는 스스로를 방황하는 자라고 지칭하였고 이 작품을 통해 길을 잃고 방랑하지만 그럼에도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지관 교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내재된 길의 의미에 대해 독일 시대 상황에 대한 비유적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독일의 기성세대는 안정을 추구했지만 그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또 강요되었다. 베르테르는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에 발표된 괴테의 서간체 소설로 청년 베르테르의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윤지관 교수는 작품의 결말인 자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베르테르는 사교계 모임에서 신분으로 크게 망신을 당한 후 혈관을 끊어 자유함을 얻고 싶다는 편지를 쓰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로테’와 현실의 벽을 인정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자살은 그가 느낀 사회의 벽에 대한 승복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자살은 현실의 관습적 세계에서 벗어나 더 높은 세계를 추구하는 행위로서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자살은 베르테르에게 있어 자기실현의 한 방법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5회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강연은 괴테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방황하지만 끝까지 진리의 길을 걸어가려는 인간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 진흥원이 주관하는 '2020년 인문 독서아카데미 사업'의 시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 외 현재 비대면 강좌 프로그램으로 ‘2020년 독서의 달 -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사업 [연애 시를 읽는 시간]’, ‘2020년 인문 독서아카데미 [한 밤중, 산책하는 철학]’ 등 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문화생활이 어려워진 요즘, 각 지역 도서관의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안전하고 풍성한 독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임수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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