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을 이유식을 끝내고 밥을 먹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물 반찬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사찰에서 주는 나물 비빔밥도 맛있게 잘 먹었던 기억이 있기에 한국에서 보내온 마른 고사리와 취나물, 그리고 한인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무, 콩나물, 시금치로 오색 나물을 만들어 본다.

고사리와 취나물은 전 날 미리 물에 담가 불려두었다가 20-30분 충분히 삶아낸다. 삶아낸 물이 식을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가 깨끗이 헹구어 물기를 꼭 짜내고 들기름에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함께 볶다가 다시마 우린 물을 부어 준다.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서 물이 졸아들 때까지 볶아내고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콩나물과 시금치는 끓는 물에 각각 데친 후 소금, 참기름, 참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다. 콩나물과 시금치나물에서 강한 마늘 향이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다진 마늘 대신 마늘가루만 살짝 뿌려주었다.

무 1/3 정도를 일정한 두께로 채 썰어 다른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소금을 살짝 뿌려 놓는다. 가장 먼저, 고춧가루 2스푼을 넣어 무에 색을 들인다. 다진 파와 마늘, 설탕, 매실청, 식초, 액젓을 넣고 버무린 후 모자란 간은 소금을 추가한다.

냉장고 속 부추가 시들기 일보 직전이라 냉동실에 있던 새우와 바지락을 넣고 해물 부추전을 만들기로 했다. 뒷마당에서 키우고 있는 방아잎이 부침개에도 그럴듯하게 어울리기에 몇 개를 따서 넣어 보았다. 방아잎은 주로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향이 강한 식물이고, 소화를 촉진시키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갓 지은 밥 위에 알록달록 향긋한 나물을 올려 다진 소고기를 이용한 볶음 고추장을 한 스푼 듬뿍 넣고, 고소한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비벼 먹으면 눈코입 모두 만족시키는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나는 개인적으로 마라 소스를 넣은 중국 사천지방 요리를 무척 좋아한다. 중국에 방문할 때마다 마라탕이나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를 찾아다녀 중국 친구가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소스를 한국으로 보냈을 정도이다.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의 일종으로 저릴 마(麻), 매울 랄(辣)을 써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를 먼저 볶다가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 원하는 재료를 넣고 익히면서 마라 소스를 함께 볶으면 마라샹궈가 된다. 중국식 납작 당면과 푸주는 마라샹궈에 빠질 수 없는 나만의 필수 식재료이다.

마라샹궈는 재료 손실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소스 하나로 훌륭한 술안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중독성 강한 특유의 매운맛이 다음 날에도 내내 생각나는 마성의 음식 중 하나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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