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영화, 올드보이 "15년의 지독한 복수는 '탈리오'때문이었다"

발행일시 : 2020-09-04 09:15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올드보이>는 복수에 관한 영화이다. 확실히 웬만한 복수영화 수준은 넘는 유혈과 액션이 나오고 무엇보다 복수가 지독하게 이루어진다고 할 때 <올드보이> 또한 복수영화이다. 2003년에 발표된 <올드 보이>는 복수영화이면서 복수영화를 넘어선다. 이 영화는 복수를 기본구조로 하면서 인간의 고통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인간의 삶을 성찰한다.
 
이 영화의 복수가 대단한 것은, ‘15년’이 대단하지 않게 그저 밑돈처럼 제시된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관객에게 ‘15년’이 곧바로 제시되는 이유는 ‘15년 이후’가 본격 복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극중 복수자 이우진(유지태)은 오대수에게 왜 15년을 가뒀는지가 아니라 왜 15년이 지나 풀어줬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왜 15년일까. <올드보이>의 복수는 철저하게 동태보복법(同態報復法)이라고 하는 ‘탈리오 법칙’(lex talionis)을 따른다. ‘탈리오 법칙’은 흔히 “이에는 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영화 '올드보이' 스틸컷>

그리스비극에서 오이디푸스 왕은 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 제 눈을 찌른다. 영화에서 오대수는 제 혀를 자른다. 이 영화는 근친상간이란 금기를 두고 근대인의 방식과 그리스신화적인 방식을 동시에 보여준다.

고통과 고독 속에 상호확증파괴의 복수를 감행한 이우진이 근대인의 모습이라면, ‘죄’를 지었지만 그 죄라는 것이 잔인한 운명이 준비한 것이어서 죄를 짓는지 몰랐던 오대수는 그리스신화의 주인공의 모습이다. 혈연관계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주어진 운명에 따라 사랑하여 근친상간에 빠진 부녀는 정확히 그리스비극의 등장인물을 연상시킨다. 이우진 남매는 근친이란 운명을 충분히 자각한 상태에서 근친관계의 금기를 넘어서기로 결정한 근대인의 말하자면 허약한 주체를 대표한다.
 
개봉 :2003.11.21.
감독 : 박찬욱
출연 :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상영시간 : 120분
상영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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