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의 인문 독서 아카데미 사업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의 제1부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 3회차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이 지난 7월 21일 화요일 진행되었다. ’도시의 산책자, 근대를 명상하다.‘라는 부제로, 강연자인 윤지관 교수가 근대와 도시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 고뇌하고 표현했던 보들레르를 소개했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 1821~1867 /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시인 샤를 보들레르 1821~1867 /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시인이다. 보들레르의 주요 저서로는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파리의 우울' 등 이 있다. 보들레르는 1821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867년 8월 31일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로 대도시 파리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 시인이다.

보들레르는 이전 강의에서 다룬 워즈워스와 1세대 남짓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19세기를 살았다. 워즈워스와 보들레르를 대비해볼 수 있는데 워즈워스는 주로 자연을 시의 대상으로 다루며 영국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시인이었다면 보들레르는 대도시를 다루는 현대시의 시작을 알리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워즈워스의 영향으로 당시 대부분의 서정시 주제는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그에 반해 보들레르는 도시의 정서도 서정시의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대도시의 시인이 되었다.

강의는 보들레르의 걷기, 보들레르의 문학과 예술의 세계, 파리의 우울 순으로 진행되었다.

◆ 보들레르의 걷기 :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들레르의 창작 방식은 워즈워스와 마찬가지로 ’걷기’였다. 파리가 걷기 좋은 도시로 정비되면서 플라네르(Flâneur)가 생겨났다. 플라네르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보들레르 역시 플라네르였으며 그는 이것을 도시를 경험하기 위해 도시를 걸어 다니는 자라고 정의하였다. 보들레르는 산책을 통해 파리의 인간 군상을 관찰하고 그들의 일상을 그려내었는데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당시 파리는 노동자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보들레르는 도시의 모순에 대해서도 고뇌하였다. 보들레르 시대의 도시는 근대적 기술 문명인 아케이드 구조의 등장으로 양쪽에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한 화려한 모습이었다. 살벌하고 각박하며 메마른 인정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표현되곤 하던 도시지만, 막상 직접 마주하게 되면 아름다운 별세계로서 펼쳐지는 것이었다. 가난하고 병으로 고통받았던 보들레르는 그런 도시의 군중 속에 섞이게 되면 그 화려한 별세계에 도취되면서도 그 모순에 대해 고뇌하였다.

1930년대 파리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넝마주이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보들레르는 이에 관심이 많았고 넝마주이에 수집가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시인이야말로 도시로부터 비효율적으로 여겨져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재활용하는 수집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보들레르가 그의 작품 <파리의 우울>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인 ’산문시‘와도 연관된다. 그는 도시의 복잡하고 다양하고 타락한 삶 속에서 서정적인 요소를 걸러내는 수집가 역할을 통해 작품 활동을 했다. 이때 보들레르는 이런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운율을 살린 시보다는 산문이 적합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거의 운이 없는 거친 산문시를 도입함으로써 도시를 표현해내었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우울>에서 산문시를 ”리듬이나 운이 없어도 마음속의 서정의 움직임이나 몽상의 물결, 의식의 비약에 순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강직하며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 보들레르의 문학과 예술의 세계

보들레르가 활동하던 19세기 중엽의 파리는 대도시로 발돋움한 시기로 아케이드, 가로등이 처음 도입되고 넓은 도로와 호텔이 세워지는 등 대대적인 도시 정리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유행과 예술을 선도하는 도시가 되었다.

보들레르는 이러한 파리의 이미지와 맞닿아있는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예술을 살아있는 존재로 여기고 아름다움을 숭배했던 시인이었다. 유행에 민감했던 보들레르는 스스로 댄디(dandy)를 자처했고 댄디를 낭만주의의 한 형태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신적 우월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들레르는 '모던 라이프를 그린 화가'라는 에세이를 쓰는 등 미술 평론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미술비평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었다. 보들레르는 미에는 순간성과 영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예술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대상을 그려야 하지만 그 속에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현대적 화가는 옛날이 아닌 현재를 바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에 부합하는 화가로서 콘스탄틴 기이 (Constatin Guys)를 극찬한다. 이런 보들레르의 생각은 르누아르 등의 화가들이 파리의 현대 세계를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 파리의 우울

'파리의 우울(Le Spleen de Paris)' 은 장단 50편의 산문시로 구성된 작품으로서 '악의 꽃'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 보들레르는 '파리의 우울'을 통해 고착되지 않는 영원한 예술을 예찬하기도 하고 대도시의 서정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여러 주제들이 담겨있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주제는 군중과 고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작품 속에 군중 속에 섞인 과부, 노파, 가난뱅이, 넝마주이들을 그려내는 한편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주로 풍자의 대상으로 그린다. 이는 일상적인 언어로 보통 사람들을 그려내는 워즈워스와 유사한 정서라고 할 수 있다.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 3회차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은 보들레르라는 인물과 도심 속 걷는 행위, 근대에 대한 보들레르의 철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지관 교수는 다양한 보들레르 작품의 대목을 다루며 해석해 주는가 하면 1회차에 다루었던 워즈워스의 걷기와 비교 대조를 통해서 수강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재 도서관의 인문 독서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의 유연한 대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수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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