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들의 광장이자 책에 둘러싸이는 환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 있다. 바로 활자의 도시, 파주출판도시 내부에 있는 '지혜의 숲'이다. 지혜의 숲 1번 출입구 옆에 위치한 회색빛 모던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보물섬'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따뜻한 조명과 함께 사람들을 반겨주는 숨은 명소이다.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에 위치한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보물섬점'은 사회적 기업(비영리 단체)인 아름다운가게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전국에 아름다운가게는 100여 개가 넘지만 '헌책방'은 단 두 군데밖에 없기에 보물섬의 희소성과 가치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운가게가 사람들과 직접적 연결점을 찾은 것은 2002년 10월 아름다운 가게 1호점 안국점을 개점하고 나서였다. 그 뒤로 수많은 '아름다운가게'가 세워졌고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태적, 친환경적 변화에 기여하고 국내외 소외계층 및 공익활동을 지원하며 시민의식의 성장에 이바지해 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수익금과 기부금을 지치고 힘든 이웃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책과 CD, DVD를 취급하고 있는 헌책방인 보물섬에 찾아온다면 나눔과 재사용의 순환 기능을 이해하고 몸을 가득 채우는 책 내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자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세련된 북 카페와 출판사 건물이 가득한 '파주출판도시'내에 위치해 있어 원 없이 종이책을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름다운가게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자원봉사자들은 네 시간씩일을 하고 교대한다. 일주일에 한 번, 네 시간만 투자한다면 이곳만의 정겨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 물론 종이책의 추억에 빠져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눔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무척 뿌듯한 일이다.

자원봉사자들을 '활동천사'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직접 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봉사를 처음하고 놀랐던 점은 책을 찾아 보물섬으로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의 여파로 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영향도 있는 듯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힘든 요즘, 사회의 분위기에 맞추어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원하는 책을 탐색하고 있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낮에도 바스락거리는 종이책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횟수로 보물섬에 들른다.

'아름다운가게'는 이름처럼 손님들 봉사자들 모두 아름답다. 한 번은 손님이 "여기서 봉사하니까 좋죠?"라고 질문하셨고 바로 "네!"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손님들이 아름다운가게의 진정한 매력을 몰랐다면 이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봉사'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두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책을 찾는 손님들의 열정이 아름다운가게를 비로소 완성시키는 것이다.

책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종교 서적, 수험서, 문제집, 그림책, 전집, 만화책, 한국 소설, 외국 소설, 시집, 에세이, 청소년 서적, 추리 소설, 판타지 등 모든 장르가 빠짐없이 들어차있다. 유명한 해외 작가 코너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물섬이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었다. 물 위에 떠 있는 보물섬처럼 '지혜의 숲' 위쪽에 아기자기하게 위치한 보물섬 헌책방은,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 같은 책을 찾으러 오는 곳이다.

물론 기증도 가능하다. 헌책방 보물섬에서는 다른 대부분의 지점들과 다르게 '책'과 'CD', 'DVD'만을 취급하고 있지만 가전제품이나 의류도 기증할 수 있다. 당장 나눔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아름다운가게에 찾아와 기증 문의를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공정무역 초콜릿과 같은 '선한'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어 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순간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각자가 공헌하게 되는 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세계가 시끄러운 요즈음 '독서'에는 보다 많은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한 권 빌리기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독서'와 '책'이 어느 때보다 귀중해진 지금 나만의 보물을 찾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이라도 책장을 넘기는 고요와 여유를 만끽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장세민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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