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인텔 파운드리 수주 예상"
변수는 삼성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가 인텔의 6nm 칩 위탁 생산계약을 수주했을 가능성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외신은 대만의 파운드리기업 TSMC가 인텔의 18만개 웨이퍼에 달하는 대량의 6nm(나노미터) 칩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발표에 TSMC 주가도 10%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TSMC는 바로 다음날인 28일 6%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같은 날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1500만주를 대량 매수하며 8% 급등했다. 상승세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다.

1주일간 삼성전자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금융]
1주일간 삼성전자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금융]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인텔의 물량을 TSMC 말고도 삼성전자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했다. 반도체 업종에서 특별한 호재 없이 유독 삼성전자와 TSMC 주가만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5나노급 미세공정 설비를 갖춘 유일한 파운드리 기업으로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인텔이 TSMC에 의뢰를 맡겼다면, 삼성전자에게는 악재인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했고 여기에 정보가 빠른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며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해석은 반도체 업계 전반의 주가 흐름이 평범한 반면에, 삼성전자만 독주하고 있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인텔이 삼성전자에게 위탁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확정되지 않은 추측일 뿐이다. TSMC는 대만 언론을 통해 수주 사실이 보도됐지만, 삼성전자는 원칙상 고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증권 기업분석 보고서 -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개선 폭 확대 전망 [출처=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
KB증권 기업분석 보고서 -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개선 폭 확대 전망 [출처=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인텔 칩 위탁생산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7나노 양산 지연 발표로 외주 생산 확대가 예상되며, 이에 TSMC와 함께 삼성전자도 수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기업분석 보고서에서도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TSMC는 인텔의 경쟁사 AMD의 중요한 파트너로 상당한 물량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과의 협력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고객사들의 물량을 내년 상반기까지 홀로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출처=대만 공상시보
출처=대만 공상시보

주목할 부분은 지난 27일 대만에서 보도된 내용에서 인텔이 TSMC에 맡긴 외주 생산량이 18만개라고 언급된 사실이다. 역대 최고지만 AMD 20만개 웨이퍼에 살짝 못 미친다.

칩 종류와 규모를 볼 때 인텔은 전방위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이보다 더 많은 위탁생산이 필요하다. 아무리 TSMC라도 이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삼성전자가 그 외 인텔의 주문을 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인텔 역시 파운드리 기업 한 곳에 일감을 몰아주기보다 여러 기업에 나눠주는 편이 가격협상에서 유리하다.

단, 삼성전자와 TSMC는 기술적으로 비등하다고 평가받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미국 내 EUV 미세공정 설비 보유가 확정됐는지 여부다. TSMC는 미중갈등 상황 속에서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발단 이후로 현재까지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공개된 사실만으로는 지리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삼성전자보다 TSMC가 인텔에게 더 매력적인 상황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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