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에서 발표된 7nm 공정의 AMD ‘라이젠 4000(르누아르)’ 시리즈는 전 세계 PC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리사 수 AMD CEO 말 대로라면, 인텔 10세대 프로세서 중 하나인 아이스레이크를 싱글과 멀티코어에서 모두 앞섰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까지 아주 합리적이었다.

수많은 게이머들은 AMD의 발표 이후, 어떤 PC 제조사들이 르누아르를 탑재할지 주목했다. 인텔을 따라잡은 만큼, 그동안 라이젠이 제공했던 가성비의 밀도가 더 진해졌을 거란 판단에서다. 그리고, 세계 1위 PC 브랜드 레노버도 5세대 리전에서 르누아르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 모델은 국내에서 지난 14일 출시됐다.

◇ ‘일’과 ‘게임’을 오가는 워라밸 디자인

해당 제품은 리전5(15ARH05)라는 이름의 게이밍 노트북으로, 라이젠5 4600H가 탑재됐다. 르누아르는 ‘U 시리즈’와 ‘H 시리즈’ 두 가지로, 이 중 H 시리즈가 게이밍 노트북에 적용되는 모델이다.

처음 물건이 도착했을 때 상당히 깔끔한 느낌의 박스 한 통을 확인했다. 부피는 제법 큰 편이다. 설마 안쪽 내용물인 노트북마저 클까 걱정도 됐지만,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는 예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뜯기도 전에 기대되는 가벼움이다.

박스 측면에서 친절하게 상세사양이 적힌 것을 확인했다.
박스 측면에서 친절하게 상세사양이 적힌 것을 확인했다.

포장상자를 개봉하니, 역시나 스티로폼이 뭔가를 감싸고 있다. 아마도 본체인 듯싶다.
포장상자를 개봉하니, 역시나 스티로폼이 뭔가를 감싸고 있다. 아마도 본체인 듯싶다.

스티로폼에서 뭔가를 담은 검은색 봉투를 꺼내 들고 봉인을 풀면 리전 마크가 바로 보인다.
스티로폼에서 뭔가를 담은 검은색 봉투를 꺼내 들고 봉인을 풀면 리전 마크가 바로 보인다.

본체 상단 모습
본체 상단 모습

꺼내 놓고 보니, 깔끔한 모습의 본체를 확인했다. 보통 요란하고 화려한 콘셉트의 게이밍 노트북과 달리, 꽤 점잖은 모습이다. 두께만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비즈니스 내지는 워크스테이션 노트북이라 우겨도 속을 듯싶다.

언뜻 보면, 팬텀 블랙 색상도 비슷하고, 정말 레노버 아이디어패드(SLIM5-14ARE)와 놀랍게도 비슷하게 생겼다. 이 역시 르누아르 들어간 모델이지만 U 시리즈가 들어가는 비즈니스 노트북이다. 덮개와 본체 레노버 로고가 일치하지 않고 훨씬 두껍다는 점을 제외하면 첫인상은 거의 유사하다.

레노버 리전 5세대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안 탠(Ian Tan) 아시아태평양 게이밍 팀 리더가 5세대 리전의 디자인적 차별성이 탄생한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레노버 리전 5세대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안 탠(Ian Tan) 아시아태평양 게이밍 팀 리더가 5세대 리전의 디자인적 차별성이 탄생한 이유를 소개하고 있다.

레노버에 따르면, 천만 명 이상의 고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게이밍 노트북 디자인이 업무와 병행해도 튀지 않는 디자인을 원했다고 한다. 5세대 리전은 이를 반영해 기획됐고, 여기에 속한 리전5도 같은 철학을 담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그런 의견이 많았으면, 이런 세련된 디자인이 나왔을까. ‘일과 게임의 균형’(?), 즉 ‘워라밸’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그 옛날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를 즐기던 분들은 게임을 은퇴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학생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이다. 돈도 벌고 게임도 해야 한다. 노트북도 그래야만 한다.

본체를 감쌌던 스티로폼을 걷어내면 아래쪽에 뭔가가 더 있다.
본체를 감쌌던 스티로폼을 걷어내면 아래쪽에 뭔가가 더 있다.

안에서 전원 어댑터와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파우치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안에서 전원 어댑터와 설명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파우치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170W 소비전력과 이전보다 작아진 크기의 어댑터를 확인했을 땐, 마치 외장 배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얇고 넓적한 부피가 들고 다니기 편해 보였다. 게이밍 노트북 치고 소비전력도 꽤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것도 르누아르 덕분인가.

170W 전원 어댑터가 확인된다. 콤팩트한 크기로, 외장 배터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170W 전원 어댑터가 확인된다. 콤팩트한 크기로, 외장 배터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플러그만 맞으면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규격이다.
플러그만 맞으면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규격이다.

여하튼, 본격적인 사용에 앞서 겉을 훑어보기로 했다.

◇ 게임이란 바탕에 깔끔함을 담다

두께는 한 2.5cm 정도 된다. 힌지도 같이 보이는데, 덮개가 180도를 넘어가지 않도록 설계된 모습이다.
두께는 한 2.5cm 정도 된다. 힌지도 같이 보이는데, 덮개가 180도를 넘어가지 않도록 설계된 모습이다.

먼저 두께를 재 봤는데, 가장 두꺼운 뒤쪽 기준으로 2.5cm 정도임을 확인했다. 하판 고무 받침대까지 포함하면 거의 3cm 가깝다. 한 손에는 잡히지만, 두께를 봐선 이쪽에 각종 프로세서와 쿨러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들었을 때는 들만하지만, 오래 들고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게는 2.5kg이다.

밑면에서는 절반 가까이 포진된 흡입구를 볼 수 있었다. 모서리 가까운 곳에는 고무 받침대가 배치된 모습이다. 이를 통해 최대한 밑면을 바닥으로부터 들어 올려 통풍구로 공기를 유입시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가운데에는 윈도 마크가 달려 있고, 통풍구와 반대 쪽에 위치한 모서리에는 스피커 두 개도 보인다.

또, 자세히 보면 밑면에서 총 11군데에 나사못이 박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 분해해보진 않았지만, RAM 등은 자가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것 같다.

좌우측 측면에는 USB 하나씩만 달려 있고, 왼쪽 면에 이어폰 단자가 하나 더 있는 모습이다. 밑면 흡기구와 가까운 위치에 각각 배기구가 배치돼 있다. 단자가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입출력 단자들이 뒤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치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TV처럼 복잡하고 지저분한 온갖 케이블을 뒤로 꽂아 안 보이게 할 수 있으니 깔끔하기는 하다. 그러나, 케이블 연결을 위한 공간을 뒤쪽에도 따로 확보해야 하고, 평소보다 더 긴 케이블이 필요하므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배기구가 뒤쪽에도 다수 배치된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이 같은 배치가 낫다고 본다. 단자를 꽂느라 뒤쪽 여분의 공간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열기를 내보내기 위한 공간도 충분히 확보되는 덕분이다.

뒷면 가운데에서 랜, USB-C, USB-A 두 개, HDMI 입출력 단자와 전원 단자, 켄싱턴 락 홀을 지원하고 있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하얀색 LED 등도 켜져 연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뒷면 가운데에서 랜, USB-C, USB-A 두 개, HDMI 입출력 단자와 전원 단자, 켄싱턴 락 홀을 지원하고 있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하얀색 LED 등도 켜져 연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게이밍 노트북은 다양한 게임을 지원하는 만큼, 여러 가지 외부 기기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이 기본이다. 리전5도 뒷면에서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확인할 수 있어 이 같은 기본을 지키고 있다. 특히, USB-C 단자는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HDMI와 함께 이 단자까지 활용하면, 최대 트리플 모니터 구성도 가능한 것이다.

HDMI를 연결해 듀얼 디스플레이를 구성해봤다. USB-C 단자까지 활용하면 최대 트리플 디스플레이 구성도 가능하다.
HDMI를 연결해 듀얼 디스플레이를 구성해봤다. USB-C 단자까지 활용하면 최대 트리플 디스플레이 구성도 가능하다.

가장 오른쪽에는 켄싱턴 락 홀이 배치돼 물리적 도난을 방지했다. 바로 왼쪽에 위치한 전원케이블은 단자에 확실히 연결됐을 때만 LED에 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전원 케이블 커넥터는 어설프게 꽂히거나 일부 단선이 되면 노트북 자체 성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본체와 전원 케이블 중 어디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한 장치로 생각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많은 단자 중에 썬더볼트 언급은 없다는 사실이다. GTX 1650이 탑재돼 굳이 외장 GPU까지 동원할 일은 없겠지만, 대용량 파일을 빠르게 옮겨 담아야 할 일이 많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살짝 고민되는 사양이다.

◇ 한 층 넓어진 인터페이스

덮개를 열자, 예상대로 최대 180도까지 뒤로 젖히는 힌지를 확인했다. 얇은 베젤로 인해 상대적으로 몰입감이 커진 15.6인치 디스플레이도 눈에 들어온다. 지문인식 버튼은 딱히 보이지 않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IR 카메라가 있는 웹캠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상단 베젤 정 가운데 위치한 웹캠에는 빨간 점이 찍힌 물리적 차단 장치가 달려 있다.
상단 베젤 정 가운데 위치한 웹캠에는 빨간 점이 찍힌 물리적 차단 장치가 달려 있다.

웹캠은 “제거해 주세요”라는 의미의 영문 텍스트가 달린 딱지가 카메라를 가린 채 붙어 있다. 그림에서 웹캠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도 함께 전달된다. 딱지를 떼고 나면 차단 스위치로 가려진 웹캠이 보인다. 이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가림막이 제거되는데, 가림막 위에 빨간 점이 찍혀 있어 차단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레노버는 씽크패드를 포함한 비즈니스 노트북에서 웹캠을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물리적인 차단장치까지 제공함으로써 사생활 보호를 한 층 강화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와 달리, 차단 여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서 안심이 된다.

측변 베젤은 0.7cm, 상단 베젤은 0.8~1cm를 차지한다.
측변 베젤은 0.7cm, 상단 베젤은 0.8~1cm를 차지한다.

측면 베젤은 얇은 반면에 상단 베젤은 얇은 건지 두꺼운 건지 약간 아리송하다.

디스플레이 주변으론 베젤이 0.8cm이지만, 덮개 모서리까지 포함하면 두께가 1cm 정도 된다. 뭘 기준으로 보냐에 따라 베젤 두께가 달라지는 셈인데, 아무래도 덮개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안쪽으로 파인 구조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듯하다.

어차피 사용할 땐 화면을 약간 더 뒤로 젖혀서 보게 되니, 두께 차이는 실감하지 못했다. 워낙 티가 안 나서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 정도.

300nit 밝기는 아쉬웠다. 특히, 전원이 분리된 상태에서 저소음모드로 아주 밝은 곳에서 넷플릭스를 감상하면 화면이 거의 안 보였다. 참고로 이 사진은 주변 빛을 감지한 카메라가 자동으로 조리개를 닫아 촬영했다.
300nit 밝기는 아쉬웠다. 특히, 전원이 분리된 상태에서 저소음모드로 아주 밝은 곳에서 넷플릭스를 감상하면 화면이 거의 안 보였다. 참고로 이 사진은 주변 빛을 감지한 카메라가 자동으로 조리개를 닫아 촬영했다.

게이밍 노트북인 점을 감안해 디스플레이에는 광시야각 IPS 패널이 적용됐다. 안티글래어 처리로 눈부심이 덜하지만 밝기는 300nit로 아쉬웠다. 밝은 곳에서 사용해봤는데, 보기가 불편하긴 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이걸 들고 게임 할 일은 없을 테니, 큰 문제는 아닌 듯싶다.

해상도는 FHD, 색역은 sRGB 100%다. 요즘 출시되는 고성능 노트북에 비해 해상도가 낮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게임에는 최적화된 해상도다. 해상도가 낮아질수록 주사율이 높아져 FPS, 스포츠 게임처럼 빠른 화면을 구사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사율을 측정해본 결과 120Hz로 나왔다.
주사율을 측정해본 결과 120Hz로 나왔다.

실제 주사율을 측정해본 결과 120Hz로 나왔다. 스포츠, 레이싱, FPS 게이머가 좋아할 사양이다. 실제로 게임을 해봤지만, 평소보다 눈이 편안하다는 걸 느꼈다. 미세하게 끊기는 화면으로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상해서 플레이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선, 멀미까지 느껴질 수 있는데, 승률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급격한 눈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120Hz면 당연히 넷플릭스 감상에도 이롭다. 4K 콘텐츠는 최대 60Hz 수준으로 리전5의 디스플레이가 가뿐히 감당할 수 있다. 비록 해상도가 낮아 4K를 FHD로 봐야 하는 애로사항은 있겠지만, 15인치 화면에서 4K와 FHD를 분간할 수 있는 예민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운드도 무척 웅장해 제법 보는 재미가 있다. 스피커가 막혀도 잘 들리는 걸 보면, 리전5에 적용된 돌비 애트모스 서라운드 사운드가 그 외 다른 채널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총소리가 들리는 방향도 소리로 파악할 수 있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게임에도 괜찮은 조건이다.

키보드는 화면 바로 아래에 있다. 하필이면 CPU·GPU 등 발열이 심한 부품들이 집중된 곳 바로 위에 있어 떨떠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놀라울 정도로 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쾌적함을 느꼈다. 심지어, 게임 도중에도 열이 느껴지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별도 외장 쿨러도 전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앞서 언박싱을 하면서 두께와 무게를 지적했지만, 아무래도 이를 약간 포기한 덕에 발열은 제대로 잡은 듯싶다. 쓰로틀링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겠다. 낮은 발열의 7nm 르누아르에서 기인하는 특성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인텔 코멧레이크 탑재 모델인 ‘리전5i’까지 써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키를 자세히 보면 자판 모양도 일반적인 네모가 아니라, 아래쪽이 약간 불룩 튀어나온 방패 모양임을 알 수 있다. 황금비와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양은 시각적으로 조화로워 보였다. 다른 정사각 키보드에 비해 보기도 좋고, 잘 눌리기까지 해 경쾌한 느낌마저 든다.

임철재 한국레노버 이사는 지난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5세대 리전에 이전보다 더 강화된 최신 발열제어 시스템인 '콜드프론트 2.0'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일 취재 당시 촬영분
임철재 한국레노버 이사는 지난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5세대 리전에 이전보다 더 강화된 최신 발열제어 시스템인 '콜드프론트 2.0'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일 취재 당시 촬영분

사실, 여기에는 콜드프론트 2.0이라는 레노버의 최신 발열제어 기술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레노버에 따르면 이를 통해 소음과 발열을 모두 업계 최고수준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또 ‘Fn+Q’ 조합키만 누르면 발열제어를 저소음, 균형, 성능 모드 등 세 가지로 간단하게 수동 전환하며 배터리 및 성능 관리에도 직접 관여할 수 있다.

발열은 둘째 치더라도 키보드 자체 키감도 워낙 경쾌하다. 타이핑을 하면서도 정말 즐겁다는 느낌이 들었고, 게임 중에는 콤보의 타격감이 손끝에서 전달되는 쾌감마저 느껴졌다.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향키는 다른 자판들과 약간 이격 돼 자리를 차지했고, 숫자키도 함께 배치돼 게임은 물론 엑셀 작업에도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키 위에는 평소 사용하던 108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Home, End, PgUp, PgDn 키까지 동일한 위치에 배치돼 있다. 아무래도 문서작업이 많거나, 게임 플레이보다 채팅창에서 주로 승부를 보는 ‘키보드 워리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밝기 조절은 안 되지만, 기본 백라이트가 제공돼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기도 편하다. 백라이트 색상은 화이트 단색으로, RGB 조정을 할 수 없다.

◇ ‘르누아르 × GTX’...RTX는 조금만 기다려

본격적으로 벤치마크를 돌려봤다.

CPU-Z가 측정한 라이젠5 4600H 성능은 이러하다.
CPU-Z가 측정한 라이젠5 4600H 성능은 이러하다.

CPU-Z(17.01.64 버전) 기준으로, 리전5에 탑재된 라이젠5 4600H는 인텔 코어 i7-7900X와 비교해 싱글 스레드에서 101%, 멀티 스레드에서 80%가량의 성능을 보여줬다. AMD가 이 정도까지 따라잡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PC마크10 벤치마크 결과
PC마크10 벤치마크 결과

PC마크10에서는 올해 출시된 게이밍 노트북 평균인 4514점보다 높은 4754점을 기록했다. 모든 결과에서 53%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넉넉한 256GB PCIe SSD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삼성전자 제품으로 기본적인 쓰기/읽기 속도가 아주 빨랐다.

크리스탈디스크마크 7.0.0 x64 측정 결과
크리스탈디스크마크 7.0.0 x64 측정 결과

GPU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50을 탑재했다. 이 모델은 3D마크 타임 스파이로 올해 7월 기준 3465점을 받은 제품으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간단한 영상 편집은 쉽게 처리 가능하며, 노트북에서 배그를 즐기기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GTX 1650은 3D마크 타임 스파이로 올해 7월 기준 3465점을 기록했다.
GTX 1650은 3D마크 타임 스파이로 올해 7월 기준 3465점을 기록했다.

다만, 이 모델은 RTX 시리즈가 아니므로,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지원되지 않는다. 이를 지원하는 최신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그 차이를 게임에서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올해 출시되는 신작 레이 트레이싱 게임들을 플레이할 날만 기다렸던 게이머라면 분명 만족 못 할 사양이다.

리전5 왼쪽 하단에 붙여진 마크들
리전5 왼쪽 하단에 붙여진 마크들

이와 관련해, 한국레노버는 내달 중으로 엔비디아 'RTX 2060'이 탑재된 상위 AMD 계열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 중 최상위 모델은 최대 144Hz까지 주사율이 지원된다고 한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만큼 이 제품보다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의 RTX 르누아르 게이밍 PC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면 그때까지 좀 더 현찰을 모으면 되겠다.

사무실 와이파이가 아주 느린 관계로, 배틀그라운드 게임에 접속해 훈련소 모드로 플레이해봤다. 그래픽 설정에 들어가면 고사양 옵션들이 다수 개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제품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아쉬워도, 게임을 하는 사람은 문제가 없다. 레이 트레이싱이 대수인가. 급하면 싸게 사서 이기면 될 일...

◇ 필요한 기능만 한데 모아, 비전문가도 손쉽게

지금까지 살펴본 특징만 본다면, 이 제품은 크리에이터를 제외한 일반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합리적인 가성비를 갖춘 엔트리 모델로 정리할 수 있다. 적당한 선에서 필요 이상의 과도함은 배제했고 기본을 웃도는 성능을 겸비했다. 또, 개성은 지키면서도 튀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업무나 여가 모두 활용하기 적합하다.

다양한 입출력 단자는 물론, 블루투스5 기반으로 무선 마우스나 헤드셋 등 각종 무선 제품까지 손쉽게 연결할 수 있고, 와이파이6를 통해 2.4Gbps의 쾌적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점까지 가서 배그를 플레이할 일이 없었기에 와이파이6를 직접 체험한 적은 없지만, 접속만 할 수 있다면 쾌적하고 빠른 속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도 꽤 오래갔다. 탑재된 80Wh 배터리는 완충 시 8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었고, 앱 실행마다 효율적으로 전력이 관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2.5kg의 무게만 놓고 보면 평소 게이밍 노트북 치곤 가볍지만, 휴대성이 완전 좋은 편이라 보기도 어렵다. 손으로 늘상 들고 다니기는 아무래도 애매하다. 조금 더 가볍게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든다.

약점인 휴대성을 제외하면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게임과 업무 모두 가능하도록 밸런스를 맞춰 개발된 제품으로 보인다. 가격에 비해 성능도 준수해서 가성비(할인가 92만 9280~129만 9000원)가 꽤 뛰어나다.

기본 밸런스는 게임에 더 맞춰져 있는데, 개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이런 특성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레노버 밴티지 실행화면. CPU, GPU, RAM, SSD 등의 하드웨어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윈도 10과 함께 기본 설치돼 제공된다.
레노버 밴티지 실행화면. CPU, GPU, RAM, SSD 등의 하드웨어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윈도 10과 함께 기본 설치돼 제공된다.

‘레노버 밴티지(Lenovo Vantage)’는 5세대 리전 전 제품에 기본 설치돼 제공되는 설정 앱이다. 여기서 제공하는 기능들을 보면 본래 윈도10에서 지원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꼭 필요한 기능만 한데 모아 지름길을 만들어뒀다. 이런 구성은 PC 비전문가라도 제어판 설정을 여러 번 들락거릴 일 없이, 클릭 몇 번에 설정을 간편하게 바꾸도록 인도한다.

첫 화면 오른쪽에는 리전 엣지라는 기능이 지원된다. CPU와 GPU 오버클럭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내가 못 찾는 건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이 제품에서는 오버클럭을 지원 안 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네트워크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돌비 설정을 조정해 사운드를 게임에 최적화할 수 있다.

기본 설정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이 제품의 특징도 잘 나타난다. 이 기능은 게임을 제외하면 GTX 1650을 사용하지 않고 내장그래픽인 라데온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단다. 라이젠의 경우, 라데온과 같이 쓰일 때 성능도 최대 14%가량 향상되기 때문에 CPU를 많이 사용하는 작업에선 더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게임을 실행할 땐 라이젠, 라데온, 지포스 GTX 모두 균등하게 사용해 시스템 과부하 없이 게임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도록 돕는다. 게임 외 어도비 앱은 설치할 시간이 부족해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의 GTX 1650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배틀그라운드 실행 시 ▲CPU(라이젠5 4600H) ▲RAM ▲GPU0(GTX1650) ▲GPU1(라데온) 등의 시스템 자원이 고루 사용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실행 시 ▲CPU(라이젠5 4600H) ▲RAM ▲GPU0(GTX1650) ▲GPU1(라데온) 등의 시스템 자원이 고루 사용되고 있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와이파이 보안이다. 레노버 밴티지를 통해 위험한 미확인 와이파이 접속을 차단하는 기능이다. 레노버는 비즈니스 노트북에서 이 보안 기능을 적용했는데, 기본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이 제품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진 것 같다.

국내는 딱히 발동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해외만 가더라도 와이파이를 통한 해킹 시도가 빈번하니 든든함마저 든다.

레노버 밴티지 실행화면. CPU, GPU, RAM, SSD 등의 하드웨어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윈도 10과 함께 기본 설치돼 제공된다.
레노버 밴티지 실행화면. CPU, GPU, RAM, SSD 등의 하드웨어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은 윈도 10과 함께 기본 설치돼 제공된다.

이 외에도 레노버 밴티지에는 배터리, 사운드, 마이크, 웹캠, 주변기기 등 다양한 설정들이 한 데 모여 있다.

‘값싼 명품’이라는 ‘매스티지’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단순히 좋은 부품만 끼워 넣어 팔 수도 있었겠지만, 비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들을 위해 여러 면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느낌이다. 이처럼 리전5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기본 앱들을 활용하면 관리도 쉬워서 꽤 오래 쓸 듯하다.

개인적으로 가성비 때문에 인텔보다 AMD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요즘 부쩍 성능이 좋아지니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이 나왔다는 생각에 절로 흐뭇해지곤 한다. 취향은 누구나 다 다르겠지만, 이 제품을 고르고 나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합리성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리전5만 봐도 합격점인데, 곧 RTX 2060 탑재 상위 모델도 나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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