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나 해외 출장 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외국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먹을 식료품을 한국에서 가져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현지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찾아 먹으면서 현지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필자는 후자에 해당된다.

때문에 미국 생활을 하면서도 칼칼한 찌개나 김치가 필요 없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나 첫째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한국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김치이다.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로 한국 식료품 마트에서 김치를 사다 먹고는 했다.

가격적인 문제로 적은 양보다는 비교적 대용량의 김치를 구입했었는데 초등학생인 큰아이가 먹는 정도의 양만 소비하는데다 김치냉장고 같은 것이 없어 금세 쉬어버리고 마는 문제점이 생겼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김치를 필요한 만큼만 담가먹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김치의 속 재료로 사용되는 채소들은 대부분 항암 채소들로 알려져 있고 김치에는 유산균도 풍부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치를 꼭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기도 했다.

우리 집을 기준으로 반경 5km 내에 크로거(Kroger)라는 식료품 마트가 세 군데나 있다. 한국의 식료품 마트보다 더 큰 규모로 야채, 과일, 육류, 베이커리, 스낵, 생활용품 등 무척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크로거에서 나파케비지(Napa Cabbage)라는 이름으로 배추를 팔고 있어, 구입하여 백김치를 담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김치 담그기의 첫 단계인 배추를 절이면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배추 절임용 굵은소금이 떨어진 상태에다 백김치 국물을 만들 때에 필요한 한국산 배와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료인 쪽파도 집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없는 재료를 미처 사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고 있을 수 마는 없다. 게다가 여기는 미국 아닌가. 식자재 창고를 뒤지자 그나마 굵은소금 비슷한 것이 나왔다. 그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고 한국산 배 대신 냉장고에 들어 있던 서양배의 한 종류인 안주배(D′Anjou pear)를 갈아 넣고, 쪽파 대신 크로거(Kroger)에서 구매한 그린어니언(Green Onion)을 사용하기로 했다.

어찌어찌 완성된 백김치는 실온에서 이틀 동안 익힌 후 냉장고 넣어 시원하게 숙성시켰다. 적당히 익은 후 백김치 맛을 보니 내가 담근 김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그럴듯한 맛이 났다. 한국산 소금과 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맛 좋은 김치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백김치를 완성했으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곁들임 반찬을 만들 차례다. 홍두깨 살, 영어로 Eye of Round라고 씌어 있는 부위를 구매하여 넉넉하게 소고기장조림 만들었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소고기를 마늘, 생강, 양파, 통후추, 대파를 넣은 물에 삶아낸 다음 잘게 찢어 간장과 설탕을 넣은 육수에 바글바글 끓여 졸여내면 든든한 밑반찬 하나가 완성된다.

소고기를 끓여낸 육수는 불순물을 깨끗하게 걸러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 후 소면을 말아 고기 국수를 만들었다. 장조림과 달걀로 고명을 얹고, 홈메이드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함께 내었더니 두아이 모두 국물까지 싹 비우며 한그릇씩을 뚝딱 해치운다.

직접 담근 백김치와 장조림 덕에 두 끼를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잘 먹어주니 한국에서는 시도도 하지 못했을 음식 만들기가 하나의 도전이 되었고 이제는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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