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난 5월 초만 해도 잡히는 듯했다.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대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5월 연휴에 시작한 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 중이다. 기업은 직원을 줄여나가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은 대리운전이나 배달 일을 하며 안간힘을 쓴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을 손꼽아 기다리던 예비 직장인은 갑자기 닥친 합격 취소 문자에 실망한 얼굴을 지켜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왜 그 대상이 나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벗어날 수 있을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당해고 시위를 계획한 공항 청소 하청업체 소속 해직자는 경찰에 의해 밀려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전시관 인테리어 전문회사의 한 임원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직원 4명을 내보냈다. 국내외 전시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일이 거의 없다. 일 주일에 3일 출근하면서 급여를 줄였지만, 한두 달 더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이런 때가 닥칠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기업은 언제부터인가 디자인 기업에 맡겨야만 했던 인쇄물 제작도 이제 내부적으로 바로 진행한다. 디자인 회사가 낄 틈이 줄어들었다. 디자인 회사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1990년대 초반 컴퓨터 편집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한 편집 디자이너는 살아남았지만, 적응하지 못한 편집 디자이너는 사표를 썼다.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의 취향과 기질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주되고 중요한 능력은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삶의 방식에만 매여 거기에 속박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 뿐, 사는 것은 아니다. 가장 훌륭한 영혼은 다양성과 적응력을 많이 갖춘 영혼이다.”-78쪽,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몽테뉴 수상록 선집> 중

새로운 관점을 갖자.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늘 익숙한 것에 젖은 생각을 벗어내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게 전부다. 인간 사고와 행동이 넓어지는 것만큼 세상도 넓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대학 1학년 때 잠깐 얻은 별명이 ‘보조’다. 대학신문사 지원을 하면서 입사지원서에 보조라도 시켜달라고 하면서 입사 의지를 담았다. 입사 후 선배들이 그 이야기를 동기들에게 한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간절하면 사실 앞뒤 가릴 게 없다. 뭐라도 시도해보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도 않고 뭔가 일이 되길 바랄 수는 없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될 게 있나. 누구 탓이라고 이야기하고, 무엇 때문이라고 변명할 시간에 뭐라도 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일에 마음을 좀 더 써보자.

올 3월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이외수 작가가 2007년에 쓴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서 작가는 똑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삶의 길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남 탓하지 말고 불행한 상황에서도 유리한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요청한다.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말라.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리석은 물고기는 하류로만 흐르는 물살을 불평하지만 지혜로운 물고기는 하류로만 흐르는 물살에 감사한다.”--116쪽, 이외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중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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