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 통해 소비자 보호해야

최근 한 유튜브에는 '3분간 계속된 기아 레이의 질주'라는 제목의 급발진 의심 사고를 담은 동영상이 올라와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6월 7일 경부고속도로 기흥 부근을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긴 이 동영상에는 기아차 레이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으로 질주를 한 사고가 담겨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다급하게 외쳤고, 같이 타고 있던 아내는 "사이드 브레이크라도 밟으라"는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운전자는 "사이드브레이크와 풋브레이크 번갈아 밟지만 브레이크가 안된다"며 겁에 질렸다.

차량은 3분가까이 질주하다 앞서가는 차량을 발견하고 사이드에 차단봉을 치면서 옆차선으로 빠지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차량은 속도가 느려지면서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다시 한번 급발진하다 아슬아슬하게 멈춰섰다.

이 동영상은 19일 현재 184만 조회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에서는 사고와 관련, "차량은 현재 센터에 입고돼 조사중"이라고 답했다.

사진은 기아차 레이 사고 블랙박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사진은 기아차 레이 사고 블랙박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어서 운전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례에 앞서 지난 2월 12일에는 현대차 G80 3.3 가솔린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례가 있었다. 현대차 측은 이 사고에 대해 "카트리(자동차안전연구원)와 같이 실시한 EDR(사고기록장치) 조사 결과 급발진으로 볼만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당시 사고는 55세의 남성이 오전 딸을 태우고 아파트 정문을 나오던 중 일어났다. 차량은 갑자기 급가속하며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 편 4단지 정문을 통과한 뒤 경계석을 들이박고 정자와 충돌한 뒤 정지했다.

G80 사고 CCTV 캡처
G80 사고 CCTV 캡처

운전자는 "사고 당일 아침 8시 20분쯤 지하추자장을 나와 출구로 좌회전하는 순간 굉장한 굉음과 함께 차량이 가속됐고, 브레이크 작동과 시동을 끄려고 시도했지만 작동되지 않고 급가속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지난 13일에는 서울 구로에서 2003년 카렌스2 가스차의 급발진 의심 사례가 있었고, 15일에는 세차장에서 나온 싼타페가 벽을 뚫고 건물을 박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싼타폐 차량은 충돌후에도 4~5초간 99% 풀 액셀을 유지하는 EDR기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경기도 양주 삼거리에서 발생한 그랜저TG의 급발진 의심 사고도 있었다. 당시 사고로 편의점주가 사망했지만, 법원은 올해 3월 운전자의 잘못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와관련,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동차리콜 현황 및 사고기록장치 개선 필요성' 연구 보고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조사할 때 차량의 결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기록장치(EDR) 장착을 의무화하고 신속한 사고 조사를 위해서는 공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DR는 현재 국내에 도입됐지만 장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결함이 의심되는 사고임에도 사고기록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아 객관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연구소 연구원은 "객관적이고 신속한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EDR 데이터 공개범위를 경찰, 보험사 등 소비자로부터 업무를 위임 받은 사고조사자까지 확대하고, EDR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7년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국회 안전행정위에 제출한 ‘국과수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분석을 의뢰받은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154건 중 현대차가 73건, 기아차가 30건을 각각 차지했다. 쌍용차는 14건(9.0%), 르노삼성은 9건(5.8%)이었다. 하지만 급발진으로 판명된 사고는 1건도 없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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