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취침 시간>
<‘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취침 시간>

'빅 아이즈’라는 타이틀을 보았을 때, 2014년 동명의 제목으로 개봉한 팀 버튼의 영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여자 주인공 마가렛 킨(Margaret Keane)이 첫 번째 남편으로부터 딸과 함께 도망치면서 시작한다. 새로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딸과 함께 하는 시작은 쉽지 않았고, 여성의 인권이 낮았던 1950년대였기에 가구공장에서 가구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부업으로 공원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영화 ‘빅 아이즈’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빅 아이즈’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기적으로 예술축제가 열렸다. 마가렛도 그 축제에 참가하여 그림을 팔기도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였다. 그때 알게 된 월터 킨, 그는 파리의 풍경화를 판매하는 화가로 마가렛과 친분을 쌓게 되었다.

그렇게 힘들게 삶을 꾸려가던 중 설상가상으로 전 남편으로부터 딸 제인을 빼앗겠다는 소장이 날아오면서 해결책으로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부터 마가렛은 자신의 그림에 킨이라는 사인을 하게 된다.

당시 주류 갤러리에는 추상화가 판매되고 평론가들 역시 추상을 외치던 시기였기에 월터의 풍경화와 마가렛의 빅 아이즈 그림을 걸 수 있는 갤러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월터는 남다른 사업가적 기질로 클럽의 벽에 그림을 걸기 위해 벽을 임대하게 된다.

물론 술을 마시기 위해 클럽에 온 사람들은 그림에 관심이 없었다. 클럽의 주인은 취중에 월터를 조롱하게 되었고 이는 싸움으로 번져 경찰까지 출동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기사화되었다. 이 기사에 찍힌 빅 아이즈 사진으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면서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때부터 빅 아이즈 그림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월터는 그림에 적힌 사인이 킨 이였기에 스스럼없이 자신의 그림인 양 그림을 판매하였고, 그림으로 얻어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월터에게 향하게 된다.

<영화 ‘빅 아이즈’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빅 아이즈’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마가렛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그림이 판매되고 있었고, 월터는 여성의 인권이 낮은 시기임을 내세워 마가렛을 회유하게 되면서 마가렛은 고스트 화가가 된다. 딸 제인의 기억 속 빅 아이즈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엄마가 그린 그림이라는 기억까지 왜곡 시키며 월터는 빅 아이즈를 철저하게 자신의 그림으로 인식시키게 된다.

골방에 숨어서 하루에 16시간을 그림만 그리던 마가렛은 빅 아이즈를 자신의 그림이라고 세상에 이야기할 수 없었기에 가장 좋아하는 화가 모딜리아니의 화풍에 영감을 얻은 긴 얼굴의 여인으로 자화상을 그리게 된다. 이때부터 마가렛은 자신의 그림에 킨이라는 사인과 MDH(마가렛 도리스 호킨스)라는 결혼 전 이름을 사인에 덧붙이게 된다.

월터의 뛰어난 사업 수완과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 빅 아이즈는 포스터와 엽서 등 다양한 복제품을 탄생 시키며 판매로 이어져 대중미술의 상업화를 이루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마가렛은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최고 절정의 시기를 맞이하였으나 정작 자신은 파멸이라는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거짓말에 가장 힘들어하고 있었다.

<‘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파멸 >
<‘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파멸 >

점점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월터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들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마가렛은 또 한 번 딸 제인과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월터와 이혼을 하고 하와이에서 새 삶을 시작한 마가렛은 세 번째 남편을 만나게 된다.

또한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에는 라디오를 통하여 자신이 빅 아이즈의 진짜 작가임을 밝히고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지루한 법정에서의 다툼은 1986년 판사와 배심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냄으로써 자신이 빅 아이즈의 진정한 작가임을 인정받게 된다. 그녀는 이후 KEANE 서명의 그림들의 원작자로서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법정에서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마가렛은 빅 아이즈를 그릴 때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둬두거나 슬픈 표정이나 울고 있는 아이들을 그린 반면, 이후에는 색감도 화려해지고 표정도 밝은 아이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현재 90세가 넘은 그녀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작가적 예술성이 살이 숨 쉬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전원 탑승 >
<‘빅 아이즈’ 마가렛 킨 회고전 / 전원 탑승 >

<마이아트 뮤지엄 빅 아이즈 포토존>
<마이아트 뮤지엄 빅 아이즈 포토존>

마이아트 뮤지엄에서는 큰 눈의 어린아이 그림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미국의 여성화가 마가렛 킨의 아시아 최초 회고전 <빅 아이즈>를 2020년 5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회고전에 선보이는 120여 점의 작품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망라하여 그녀의 삶의 변화에 따라 5부로 구성하였으며, 60년대 킨 열풍을 보도한 <라이프>잡지의 다큐 사진과 팀 버튼의 영화 자료 등을 함께 구성하여 더욱 입체적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시대의 장벽을 허문 여성화가로서의 그녀의 삶과 작품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서두부터 영화의 이야기로 마가렛의 일대를 이야기한 것은 이번 회고전이 마치 마가렛의 거대한 그림일기장과도 같이 때문이다. 마가렛이 왜 고스트 화가로 살아야 했는지, 그리고 그 시기의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작품을 감상해 본다면 더욱 풍부한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전후로 영화를 감상해 보거나 도슨트의 설명을 함께 할 수 있다면 폭풍우와도 같은 감동이 더해질 것이다.

마가렛이 그려낸 수많은 작품들은 제목에서처럼 빅 아이즈 즉, 눈이 강조됨을 알 수 있다. 이는 마가렛이 2살 때 수술을 하면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은 적이 있었고 눈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읽기 위해 눈에 집작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눈은 자신의 가장 깊은 감정을 표현한 것이고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 금지 등 사회 전반적인 경제활동과 교류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둔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스크 착용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진 시기에 눈으로 상대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요즘 눈으로 하는 감정 표현에 대하여 곱씹어 보며 오랜 시간 동안 침체된 공연 예술 분야에 조금이라도 마음을 적셔주는 단비 같은 전시가 되기를 바라본다.

최정윤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jychoi@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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