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100년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명마들이 가상 대결 결과는 어떨까. 주로상태와 부담중량, 기수의 능력 등 모든 조건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시행되어온 ‘경마’ 분야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략적인 예상도 가능하다.

한국마사회는 한국경마의 역대급 경주마들을 추려내어 이들 간에 가상대결을 시켜봤다.

역대 경주마 톱10 가상대결
역대 경주마 톱10 가상대결

먼저 톱 14 경주마를 가상대결에 소환해 시대순으로 마번을 배정했다. 단 경마는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는 말처럼 기수의 영향도 적지 않기에 가상대결에서는 기수 조건을 배제하며, 경주로의 구조와 상태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대표적 장거리 경주인 2000m에서 생산국, 성별 등을 망라한 역대 최고의 경주마를 가린다는 전제 하에 각 경주마별로 2000m 우승 또는 준우승 최고기록을 세웠던 당시의 출전조건들을 기준 데이터로 했다.

출전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90년대에는 우선 유일한 암말로 11연승과 90-91년 그랑프리 2연패의 기록을 가진 ‘가속도’ 1995년 그랑프리 및 29승의 기록을 보유한 ‘대견’, 무려 12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며 역대 최다승인 43승을 거둔 ‘신세대’ 그리고 국산마 최초의 그랑프리 우승과 한동안 역대 최다상금을 획득한 ‘새강자’가 눈에 띈다.

2000년대에는 그랑프리 2연패 및 현재 국내 2000m 최고기록을 보유한 ‘동반의강자’, 그 아성을 무너뜨렸던 ‘터프윈’, 대통령배 3연패에 빛나는 ‘당대불패’, 국내 최다연승인 17연승의 ‘미스터파크’가 있다.

2010년대 출전마로는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동시에 거머쥔 ‘경부대로’, 대통령배 4연패와 그랑프리, 두바이 원정에 빛나는 ‘트리플나인’, 최초의 통합 삼관마이자 그랑프리 우승마 ‘파워블레이드’, 부산광역시장배 우승과 국내 최초 두바이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한 ‘돌콩’ 또한 그의 영원한 라이벌 ‘청담도끼’ 끝으로 2019년 한국경주마 최초의 코리아컵 우승을 비롯, KRA컵 클래식, 그랑프리를 연달아 제패한 ‘문학치프’가 보인다.

물론 역대 명마로 80년대를 주름 잡은 ‘포경선(뉴질랜드산, 1980년생)’과 ‘차돌(미국산, 1984년생)’을 빼놓을 수 없지만 뚝섬경마장 시절의 경주로 구조 등이 현 서울경마장과는 차이가 있고, 객관적인 데이터도 부족해 배제했다.

가상대결은 경주마의 성별과 마체성숙도 등을 고려하여 부담중량을 부여하는 마령중량 방식의 2000m 경주로 기준 데이터 자료를 통해 기수, 부담중량, 경주로 상태 등의 조건을 수치로 보정하여 최종기록을 산출했다. 마령중량 방식은 세계 최고의 경주인 미국 브리더스컵클래식, 두바이월드컵과 동일한 경주조건이다.

예상되는 경주 전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출발대가 열리고 ‘당대불패’와 ‘가속도’, ‘미스터파크’, ‘청담도끼’가 선행에 나선 가운데, ‘문학치프’와 ‘파워블레이드’, ‘대견’, ‘신세대’가 그 뒤를 따른다. 중위권에서는 ‘새강자’와 ‘돌콩’, ‘트리플나인’이 포진해 있고, ‘경부대로’와 ‘터프윈’, ‘동반의강자’는 후미에서 경주를 시작했다. 2코너를 지나 직진주로에서 ‘동반의강자’가 특유의 무빙으로 조금씩 중상위권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당대불패’와 ‘미스터파크’가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문학치프’와 ‘트리플나인’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4코너에 가까워질 즈음 ‘가속도’와 ‘신세대’의 걸음이 무뎌지고 ‘경부대로’와 ‘터프윈’이 슬슬 올라서면서 중위권이 두터워진다. 결승 직선주로에 진입하자 모든 말들이 막판 힘을 내는 가운데 경주 내내 중상위권에서 안정적인 전개를 펼친 ‘문학치프’가 선두로 나선다. ‘돌콩’과 ‘터프윈’, ‘트리플나인’이 그 뒤를 바짝 쫓아 보지만 순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오히려 결승선 200m를 남기고 가속이 붙은 ‘동반의강자’가 추입을 시작해 2위를 차지했으며 ‘문학치프’는 여유 있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가상 대결 결과, 시종 안정적인 경주 전개로 우승을 차지한 ‘문학치프’가 2000m 최강자로 등극했고, ‘동반의강자’와 ‘돌콩’이 뒤를 이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활약한 ‘대견’ ‘신세대’ 등은 다승 기록에서 앞서지만, 당시 도입된 외산마의 수준이 다소 낮은 점, 2000m 경주기록 측면에서 최근과 약 4∼5초 뒤지는 점을 감안해 우승권에서 멀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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