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4단계의 강도 높은 전국 봉쇄가 해제되고 레벨 3단계로 하향 조정되었다. 레벨 3단계는 2주 후인 5월 11일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레벨 3단계가 되면서 사업장들의 출근이 가능하게 되었고 맞벌이로 육아가 어려운 이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Year10 이하의 학생들에 한하여 등교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고등학생 이상의 학년에 해당하는 Year11 이상은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공식적인 연령이기에 등교는 불가능하고 계속 온라인 수업 진행이 가능한 상태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교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을 유지해야 하며, 놀이터나 운동장 사용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작은아이의 학교에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네 명씩 그룹으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메일이 왔다. 유학생들을 신경 써주는 ESOL(Eng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선생님에게 늘 고맙다.

오랜만에 등교를 한 첫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작은아이가 2시간의 수업이 마치 30분처럼 짧게 느껴졌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던 것이 떠오른다. ESOL 선생님에게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아쉬워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냈고 선생님 역시 다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는 답문을 보내오셨다.

생필품 구입 외에는 외출을 삼가야 했던 지난 4주와는 다르게 골프장 이용이나 공원 산책도 가능해졌다. 바다수영도 가능하다고 하여 29일 아침에 타우랑가에서 가장 유명한 망가누이 해변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나온 차들이 정말 많았다. '뉴질랜드 현지 사람들도 다들 참고 조심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 4단계 때는 다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그 숫자도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망가누이 해변은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요트들이 떠 있어 색다른 풍경이었다. 낚시도 가능하다고는 했으나 우리 가족이 낚시를 하기에는 번거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듯하여 도전하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레벨 3단계가 되면서 가장 반가운 것은 배달이나 픽업 가능한 식당과 카페가 오픈 되었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는 등의 대면 접촉이 없는 상태로 식음료의 판매 및 구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전국 봉쇄 레벨 3단계로 하향 조정된 첫날에 타우랑가에서 가장 붐볐던 곳은 KFC와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매장의 드라이브스루 (drive-through)였다고 한다. 밤늦은 시간 주변 도로까지 정체 현상을 빚은 진풍경이라며 이곳에서 알게 된 지인이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완전 봉쇄 기간인 4주 동안 나 역시 외부 음식과 카페의 음료가 너무나 그리웠기에 자주 가던 카페에 들렀다. 출입구였던 곳에 큰 인형을 배치해 두고 외부에 임시 메뉴판도 부착해 두었다. 비접촉식으로 전화 주문을 하고 테이크 아웃을 하는 형태로 운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메뉴를 고른 내가 유리창 안쪽을 보니 직원이 핸드폰을 흔들며 웃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멋쩍은 미소와 함께 라지 사이즈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 달라고 주문을 했다.

결제 역시 창문 쪽으로 바짝 가져다 둔 paywave(VISA가 만든 비접촉 방식의 결제 서비스) 단말기로만 가능했다. 창문에 paywave가 가능한 카드를 가져다 대니 결제가 완료되었고 화살표를 따라 나가니 안내문이 붙어있는 픽업 테이블이 나타났다.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재밌도 있었다. 몇 분 기다리니 직원이 내가 주문한 커피를 픽업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인사를 건네고는 사라졌다.


한 달여 만에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그 기분을 좀 더 만끽하고자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으로 탕수육과 짬뽕을 주문해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문자로 주문하고, 음식을 픽업하면서 paywave로 결제하니 모든 과정이 간편하게 끝났다.


이곳의 모든 매장이 이러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문자나 전화로 먼저 주문을 하고 온라인으로 결제하거나 음식을 픽업할 때 현장에서 비접촉식 결제를 할 수 있게 해두었다.


사람들 모두가 철저하게 뉴질랜드 정부의 방침을 잘 따르고 있어서인지 지난 5월 4일에 발표된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Zero(제로)였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은 맞지 않는가 싶다. 아이들 역시 부득이한 경우에만 등교가 가능한 것이므로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레벨 2단계로 더 낮아져야만 한다.

이렇게 5월 11일까지 잘 버티게 된다면 한 단계 낮아진 레벨 2단계로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유학생 가족들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이다.

지금의 상황을 잘 이겨내어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