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제한 최고 단계인 레벨 4로 한 달간의 전국 봉쇄(학교 휴교, 모든 상가 휴업 등)가 27일까지 연장되었다. 뉴질랜드 국민들 대부분이 정부의 방침을 잘 따라줘서인지 뉴질랜드 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 수가 완치 자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부터는 이동 제한 단계를 한 단계 낮춰 레벨 3으로 2주간 운영할 예정이고 상황에 따라 5월 11일에 단계를 유지할 것인지 2단계로 내릴 것인지를 다시 발표한다고 한다.

2~3일에 한 번씩 가던 슈퍼마켓을 요즘에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다녀오고 있다. 타우랑가에 있는 큰 슈퍼마켓은 Countdown, New World, Pak'nSave의 세 군데 정도가 있는데, 우리 가족은 주로 Pak'nSave를 이용하는 편이다.

창고형 매장처럼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대량 포장의 물건만을 파는 것은 아니라서 가격적인 면에서 다른 마켓에 비해 가장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한국에 비해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익숙한 지금 따져보면 유제품과 제빵류, 계란을 포함한 육류는 맛이나 품질이 월등히 좋으면서 가격적으로도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수박 사이즈는 한국의 멜론 보다 조금 큰 정도로 그 크기가 잘 와닿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크게 키우지 않은 것인지 종자 자체가 다른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크기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에서는 야채나 과일들을 크고, 예쁘게 키워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긴 모든 면에 있어 자연친화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으니 아마도 자연 그대로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이유에서다.

공산품이나 자동차 주유비, 렌트비 등은 한국의 그것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으로 느껴진다. TV를 시청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한 달 지출 비용 중 도서의 구입에 꽤 많은 지출을 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책이 너무 비싸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살 수 있는 비용의 2배는 되어야 비슷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장을 보기 위한 슈퍼마켓 방문 시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기에 시간대를 잘 못 선택하는 경우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고 뉴질랜드의 지인이 알려줬다. 그래서 서둘러 오전 8시 무렵에 슈퍼마켓에 방문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복잡했다.

아침부터 장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싶어 헐레벌떡 장바구니를 챙겨 입구로 갔더니 다행히 내 앞에 대기자는 두 명뿐이었다. 5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기다린 후 입구의 직원이 입장을 안내하면서 장바구니 말고 카트를 챙겨 쇼핑을 하라고 했다.

굳이 카트를 써야 하나 싶었지만 직원의 안내를 따랐고 금세 왜 카트를 이용하라고 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이즈가 큰 카트 덕분에 자연스레 장을 보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롭게 장을 보았을 텐데 요즘은 구매해야 하는 품목들을 목록화하여 적어와서는 빠르게 그 리스트에 적혀있는 것들만 카트에 담는 방식으로 장을 보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의 전국 봉쇄 발표 이후 마트에서 마스크를 끼고 장갑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40%나 늘어났다고 한다. 계산원의 안전을 위해 계산대 앞에 투명 가림막도 설치되었고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 확실히 질서가 잡힌 듯한 느낌이다.

전국 봉쇄 이전에는 슈퍼마켓의 출구와 입구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확하게 구분을 해놓았다. 장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사라졌기에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고 매대에 물건들도 모두 잘 구비되고 있다.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부의 방침을 따르고 있어 전국 봉쇄 이전보다 훨씬 차분하게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작은아이가 학교에서 알게 된 'Joy'라는 할머니는 전국 봉쇄 기간 동안 심심해할 아이들을 위해서 마치 산타처럼 아이들의 집 앞에 보드게임을 잔뜩 가져다 놓고 가신다.

유학생 처지의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금지된 상황이라 말없이 우리 집 문 앞에 보드게임을 두시고는 문자를 보내주셨고 아이들은 문 앞에 놓인 Joy 할머니의 선물에 탄성을 질렀다.

너무나 고마운 Joy 할머니 덕분에 요즘 우리 집 아이들은 지루할 틈 없이 이것저것 가지고 노는 것을 낙으로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 봉쇄로 인해 뉴질랜드 사람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모르는 이와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곳 사람들의 심성은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서로의 작은 배려가 이 시기의 어려운 생활에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시간들도 언젠가는 다 지나가리라 믿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을 추억 삼아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오늘도 하루를 값지게 보내려 노력하는 우리들이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