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하여 달라지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전 세계가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역시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유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갔고 이곳에 남아있는 이들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벚꽃으로 물든 밴쿠버의 거리지만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벚꽃으로 물든 밴쿠버의 거리지만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간 캐나다 유학생들의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 중에는 무증상 자도 있다고 했다. 유학생들이 캐나다에 계속 머물렀다면 확진 여부를 알아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1월에 중국 우한 지역을 다녀온 BC 주의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월. WHO에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고 노스밴쿠버 린 밸리 요양원(Lynn Valley Care Center)에서는 집단 감염자가 속출하였다.

노스밴쿠버 린 밸리 요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캐나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 초 영국에서 있었던 행사에 참가했던 소피 그레고어 트뤼도 여사가 캐나다에 귀국 후 고열과 감기 증상을 나타내었고 3월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트뤼도 총리 역시 자가격리를 권고받아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면서 그제서야 캐나다도 코로나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그 대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완치자의 숫자가 신규 확진자의 그것을 앞서기 시작했던 지난 3월 16일에 자택 격리 중인 트뤼도 총리의 자택 앞에서 코로나 대책 발표가 시작되었고 캐나다 전 지역에 생중계가 되었다.

주요 내용은 국경 폐쇄(Boarder close)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의 입국 금지로 육로로 연결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보더들이 닫혔다. 발표 이틀 뒤인 18일 오후 12시를 기점으로 발현된 이번 정책으로 캐나다를 향하는 대부분의 하늘길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과 밴쿠버는 에어캐나다와 대한항공, 두 개의 항공사 비행기가 직항으로 매일 운영되고 있었지만 이번 정책으로 4월 현재 한국으로 향하는 모든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한국뿐만이 아닌 중국, 미국, 캐나다 각 지역으로 운행되던 항공편들이 모두 취소된 상태다.

항공편의 취소로 방학으로 북적여야 할 공항에 적막감이 돈다
항공편의 취소로 방학으로 북적여야 할 공항에 적막감이 돈다

코로나 대책이 발표되던 3월 16일은 이곳의 봄방학이 시작되는 첫날이기도 했다. 봄방학마다 캐나다의 다른 지역이나 미국으로의 여행으로 북적이던 밴쿠버 공항이 텅 빈 채 몇몇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 놀이터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 놀이터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와 공원에는 폴리스 라인(police line)이 설치되고 모든 주립 공원들 또한 문을 닫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으로 마트 앞에는 길게 입장 줄이 늘어서 있어 언제 마트에 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눈치작전이 필수가 되었다. 사재기의 열풍으로 마트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비롯한 몇몇 생필품 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손소독제와 알코올, 마스크는 여전히 구하기 힘든 품목들이다.

마트 입장을 위해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고 있으며 주말이면 1시간 내외의 대기시간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마트 입장을 위해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고 있으며 주말이면 1시간 내외의 대기시간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캐나다 역시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해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기 어려웠다. 다문화주의를 표방한 캐나다에서도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발생했고 한국인의 피해 소식도 들려왔더랬다.

몇몇 초기의 혼란 속에서도 트뤼도 총리는 매일 아침 브리핑을 통해 정책을 보완하고 발표하며 캐나다인들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일하는 모든 다국적의 사람들까지도 잊지 않고 챙기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국제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였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캐나다의 불참 선언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들이 불참 의사를 밝혔고 결국 도쿄 올림픽은 연기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캐나다의 보건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해 한국어를 비롯한 중국어, 페르시아어, 힌디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번역 자료를 제공하여 누구든 손쉽게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도 하였다. 여기에는 코로나 검사 및 의료기관 방문 등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아울러 지난 3월 25일에는 연방 정부에서 '캐나다 긴급 대응 혜택'이라는 명목의 1070억 달러 규모의 지원계획을 확정 및 발표하였고, 코로나로 인한 실직자들에게 약 2000달러(한화 약 180만 원)를 4주 간격으로 지원하여 주는 정책도 알려왔다.

전기 요금 환급 혜택과 월세 보조, 양육수당 인상 등의 정책들도 시행되었다. 학교의 개학은 무기한 연장되었지만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데이케어(Daycare, 한국의 어린이집과 같은 시설)를 운영하고 부모의 선택에 따라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난 후 내 아이의 갈 곳이 없어지지 않도록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용 또한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 기존에 재원 중인 인원에 대한 보장도 가능하다.

밴쿠버시는 SNS를 통해서 관련 정책과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밴쿠버시는 SNS를 통해서 관련 정책과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밴쿠버가 속한 BC 주에 입국하려면 '자가격리 계획서'를 제출하고 입국 후 자가격리 장소 등을 확인받아야 하며 자가격리 명령 위반 시 6개월 이하 징역이나 최대 75만 달러(한화 대략 6억 5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는 권고가 아닌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레스토랑은 테이블 서비스를 종료하였고 포장 판매만을 허용하였으며 각종 커뮤니티 센터와 도서관은 문을 닫고 대여했던 책들의 반납을 무기한 연장하였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 5명 이상이 모이거나 공원을 이용하는 경우 7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긴급명령도 발표하였다.

밴쿠버 시내에는 오후 7시마다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향한 '박수 캠페인'이 진행되었다. 7시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환호성과 박수들로 의료진들에게 멀리서나마 감사를 표시하였다.

각 대형 마트의 대표들은 이번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도 가격 동결을 약속했고 장보기 힘든 노년층들을 위한 쇼핑시간을 따로 마련하였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에는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도 출근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분들(Frontline Worker)이 편히 쇼핑할 수 있게 쇼핑시간을 양보하자는 운동도 시작되었다.

공원에서 낯선 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2미터의 간격을 유지하였고 회사들은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권고하였다. 트뤼도 총리 또한 자가격리 기간이 끝났지만 재택근무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였다. 트뤼도 총리는 이번 코로나가 안정되기에는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이라 발표하였다.

그동안의 캐나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은 확실해질 때까지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비록 늦게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 내용만큼은 확실하면서 확고하게 느껴지는 코로나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느리지만 틀림없는 나라인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코로나로 인한 많은 것들로 더욱 와닿는 요즘이다.

전혜인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전혜인 기자는 한국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슈퍼우먼이었다. 지난여름 생활의 터전을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옮기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밴쿠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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