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산업현장...영상솔루션으로 재택근무 장려, 원격 채용 면접과 미팅
코로나19 장기화 대비...온라인 개학 등 '디지털 전환' 가속, 성장발판 찾아
한국은 코로나19 저항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은 앞선 의료시스템과 함께 성숙한 민주사회의 시민 의식이 더해져 가능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해외보다 발달한 국내 통신 인프라는 우리 일상에서 전염병 전파 둔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했고, 이후에는 시민이 방역 대상에서 주체로 참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통신기술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여러 형태로 도입되고 있다. 한동안 진척이 느렸던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도 있지만 예상보다 빠른 전개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문제도 대비해야 한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사회적 거리두기의 동력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일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쉽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이면에는 기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익숙해졌던 습관이 자리하고 있다. 평소보다 갑갑했지만 적응은 의외로 빨랐다. 쇼핑은 주로 온라인에 집중되며 배달이 오갔다. 마스크는 앱을 통해 어느 약국에서 파는지 확인했고, 영상통화는 가까이서 대화하지 않더라도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됐다. 때로는 격리된 각자 공간에서 가상의 한 곳으로 초대해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주로 집 안에만 머물면서 나타난 우울증 '코로나 블루'도 등장했지만 '슬기로운 집콕 족'들 또한 나타났다. 학교나 유치원에 가지 못한 아이는 스마트폰에서 현실에 없는 장난감을 집으로 초대했고, 어른들은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시청이 몰리면서 화질 저하 사태를 겪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했던 결정을 뒤집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적극 권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산업현장 풍경도 달라졌다. 직장은 원격 영상솔루션을 활용해 재택근무를 장려했으며, 면접과 미팅도 원격으로 진행됐다. 콜센터 업무에도 영상솔루션이 도입됐고 함께 동원된 챗봇은 업무 과부화를 줄여나갔다. 온라인에서는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지만 SNS와 블로그 등을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도 활발하다. 정부 또한 올바른 코로나19 정보 전달을 위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되거나 전 인류에 면역체계가 자리 잡힐 때까지 완전한 코로나19 종식은 어렵다.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장기화는 버티기보다 새로운 일상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 바뀐 일상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 비대면 솔루션은 활로를 찾는 한 수단일 수 있다.
비즈니스 차이는 감안해야 하지만 환경이 달라져도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이뤄지게 돼 있는 것이 소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길을 끊은 손님을 어떻게 다시 찾아오게 하느냐는 단지 기존 틀에서 벗어난 발상 전환과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전통시장 배달 앱 '놀장'을 통해 온라인 쇼핑이 활기를 띄는 광명전통시장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나 플랫폼 기업이 관여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소상공인들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영세 및 중소사업자들의 비대면 소통을 위한 저비용 영상상담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는 중이다.
◇온라인 개학 등 광범위해지는 디지털 전환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자 준비가 미비하더라도 온라인 개학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를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면 정부가 미흡하게만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정부도 급하게 서두를 정도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 전환이 급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oT)이 이끄는 디지털 전환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 사회는 이해하지 못했다. 원격 모니터링·제어, 화상통신, 자동화 시스템 등을 편의성 시각에서만 바라봤을 뿐 전염병과 같은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있는 건 소비자만이 아니다. 업계는 이미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솔루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체로 플랫폼서비스, 클라우드 화상솔루션, 스마트시티·팩토리 부문에서 활발하다. 특히 5G 상용화 1년이 지나며 B2B 비즈니스로 관심을 돌렸던 국내 통신업계는 기회를 맞았다.
앞으로는 스마트시티·팩토리를 위해 제시되던 통신 솔루션에 효과적인 방역 지원을 위한 요소도 반영될 것이다. 감시체계 확립은 전염병 예방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출입은 안전 범위 내에서 적절히 통제되고 추적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면 출입은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 로봇이나 드론이 대신할 수도 있다.
기술을 활용한 효과적인 방역은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캐나다의 AI 개발기업 블루닷은 중국 정부가 은폐했던 코로나19 위험성을 예측해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행정안전부에서 개발한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포함해, KT가 2016년부터 과기정통부·보건복지부와 함께 감염병 발생지역 방문자 대상 문자메시지 발송과 통신데이터를 통해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는 GEPP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감시기술을 활용한 전염병 확산 예방은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안면인식 기술과 드론으로 도시와 인민을 감시하는 중국 사례만 보더라도 코로나19가 국가적인 감시체계를 정당화하는 핑계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첫째는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강화 사이에서의 선택이고, 두 번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정은 감시보다 정부의 폭넓은 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ICT를 활용한 추적·감시가 이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이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가 신뢰하며 의지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통신이 감시가 아닌 연대를 위한 기술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성공 사례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