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듯 지난 3월 25일 11시 59분을 기점으로 뉴질랜드는 코로나19 레벨 4단계로 4주간의 전국 봉쇄(Lockdown) 및 셧다운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슈퍼마켓, 주유소, 약국, 병원, 은행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게 되었다.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자국민들에게 '내가 집에 머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동참을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같은 집에 거주하는 인원들을 하나의 비누방울이라며 그 방울이 터지지 않도록 2미터 이상의 사회적 거리를 두기를 장려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을 위한 산책이나 생필품 구입을 위한 장보기 정도만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기에 타우랑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이곳에서 버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틈날 때마다 한국에서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과 며칠 동안 상의한 끝에 잘 버텨보기로 하였다.

이곳 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큰아이와 작은아이도 한국에 돌아가기보다는 타우랑가에서 계속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견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용기가 생겼다.

휴교가 결정되고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돌아오던 날 작은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당분간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었다니 너무 슬프다는 것이었다. 펑펑 우는 작은아이를 보면서 나도 마음이 아팠다.

뉴질랜드로의 유학을 결정할 당시 한국 친구들과 잠시나마 헤어지게 되는 것을 속상해하며 이곳에 오는 것을 반대했던 작은아이가 이제는 여기 친구들과의 정이 더 깊어졌는지 다시 이곳 학교를 가게 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학교생활을 좋아하던 큰아이 역시 이곳 학교의 휴교에 아쉬움이 큰 눈치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휴교 직전까지 교실에서 좌석을 띄어 앉도록 하고 교실 하나에 열 명 정도만 출석하는 상황이었어서 큰아이는 소수의 인원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지 않아 우리 가족 세 명이 함께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잠깐씩 장을 보기 위해 나만 혼자 마트에 들르고 있는데 도로에 왕래하는 차량의 숫자만 적어졌을 뿐 바깥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온하다.

이곳에서 알고 지내는 현지인들을 보아도 이곳 사람들은 뉴질랜드 정부의 강력한 방침을 지지하고 무척이나 순종적으로 따르고 있다. 오히려 타지에서 온 외국인인 나와 우리 가족을 걱정하며 수시로 위로가 되는 말을 문자와 메일을 통해 전해준다. 대부분 '너는 혼자가 아니고 우리는 모두 함께 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지인들의 따스한 마음씨에 감동받기 일쑤다.

어려운 시기에 외국에서 온 우리 가족에게도 따스한 온정을 베풀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타우랑가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보려 한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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