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지난 2월 28일 이란에서 온 코로나 바이러스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도 감염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고 한국 시간으로 지난 3월 23일 월요일에는 확진자의 수가 100명이 넘으며 4주간의 셧다운이 선언되었다.

병원과 약국, 마트 이외는 무조건 4주간 문을 닫아야 하는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물론 타우랑가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한인들 모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사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참 즐거웠다. 뉴질랜드 정부는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조치를 취한 상태였고 지인이 한인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여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던 날이었다.

한국인인 신랑신부의 가족들은 안타깝게도 입국을 하지 못했기에 한국의 가족들을 위해 SNS로 결혼 예배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주례를 맡아주신 목사님의 주례사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주례사보다도 가장 밝고 부드러운 느낌이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목사님의 주례사를 듣는 동안 우리 부부의 결혼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배우자 간의 존중과 신뢰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었다. 한국의 조용한 예식 문화와는 달리 참석한 하객들 모두가 환호를 하고 크게 손뼉을 치며 새롭게 부부가 되는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 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참석하는 즐겁고 행복한 결혼식이었고 예식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식장이었던 교회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내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한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를 해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요일 하루는 온종일 기분이 좋았고 즐거웠다.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익숙한 한국인들이 많았고 한국인의 정이 느껴지는 포근함과 편안함에 마치 한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차를 타면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헷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운전석이 차량 앞자리의 좌측에 위치하지만 뉴질랜드는 우측에 위치한다.

차를 타면서 오른쪽 운전석을 마주 대하니 그제서야 '아! 여기 뉴질랜드지!'하고 한국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너무 계획 없이 훌쩍 떠나온 타국이기에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던 내가 한국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에 은연중에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배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행복했던 일요일을 지나 셧다운이 선언된 월요일을 맞이하며 뉴질랜드 정부에서 자국민들의 보호를 위해 국경을 봉쇄한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하지만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성향 자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아서인지 사실상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현지인 친구가 알려준 대로 뉴질랜드 정부의 셧다운 선언 이후에도 일상적인 모습은 평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장을 보기 위하여 마트에 방문하니 그 많던 손 세정제가 싹 사라지고 없는 매대가 보였고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식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뉴질랜드에서 김치가 먹고 싶어지면 담가 먹으려고 고춧가루를 챙겨왔지만 가까운 마트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김치를 팔고 있었고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해 직접 김치를 담글 필요 없이 사 먹고 있었다. 그런데 늘 사 먹던 김치마저도 이제는 들어오지를 않는다.

김치를 사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잠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다행히 야채코너에 남아있는 무 2개를 발견하고 깍두기를 만들 요량으로 구입을 하였다. 사실 한국에서도 김치를 직접 담가 먹지는 않았기에 난생처음 해보는 깍두기 담그기를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 보니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 만들고 나니 나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는 것에 성취감이 느껴졌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 벅찼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김치를 사 먹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다음에는 배추를 구해 배추김치를 담가 보려고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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