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의 생활에 대해 연재를 시작하고 벌써 다섯 번째의 글이다. 너무 작은아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서인지 지인들이 큰아이의 이야기도 궁금하다고 하여 이번에는 큰아이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만으로 15세가 된 큰아이는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College year 9으로 학업을 진행 중이다. 초등학교는 Primary 6년, 중학교는 Intermediate 2년, 고등학교는 College 5년으로 학년별 구분이 되어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만 5세 생일이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College의 5년은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은아이의 학년과는 다르게 College year 9의 큰아이는 학교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부모가 학교에 찾아가는 일이 거의 없다.

College를 성인이 되기 전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뉴질랜드이기에 학교는 부모와의 소통을 이메일만으로 진행하고 주요 과목별 수업 진행 방향도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학생들의 출결상황이나 과제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부모가 접속하여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개설해 두었다.

수업의 경우 아이들이 소속된 클래스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을 개별적으로 수강할 수 있기에 과목별로 이동 수업이 이루어진다. 독특한 점은 과목별 이동 수업 진행시 해당 과목의 교실에 바로 들어갈 수 없고 수업이 시작되는 알림이 울리기 전까지는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번 이동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시작은 항상 출석 체크가 먼저라고 한다. 큰아이의 말에 따르면 한국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대답도 제각각이라고 한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무척 좋고 정성스레 노트 필기도 한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이 자를 사용하여 노트에 선을 긋고 글씨도 한자 한자 꼼꼼하게 적는 모습이 큰아이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일 정도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 저학년 시절에나 남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보였었다며 한국의 또래 남학생들과 사뭇 다르게 착하고 순진한 모습들이 보기 좋다고 이야기한다.

한 번은 수업 시작과 동시에 남학생 3명이 떠들어서 선생님께서 그 학생들을 서로 떨어져 앉게 하셨는데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 수업과 상관없는 질문들로 선생님을 곤란하게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수업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화도 내지 않고 친절하게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셨고 큰아이는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다니던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그러한 태도를 보였다면 바로 교무실에 불려가서 반성문을 쓰는 등의 벌을 받는 것이 마땅했을 텐데 이곳의 선생님은 어떻게 그것을 다 받아주는 것인지 너무 놀라웠다는 이야기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이곳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만난 현지인들 중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는 이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이곳 사람들의 나긋나긋 부드러운 성품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큰아이는 현지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뉴질랜드의 우리 집에도 현지 친구들이 놀러 오지만 거의 대부분은 큰아이가 현지인 친구들의 집으로 놀러 가거나 밖에서 자전거, 킥보드를 타며 노는 편이다.

걷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기 시작하는 현지의 아이들이다 보니 실력이 수준급이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국제 대회의 스키나 보드, 자전거 등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대목이다.

큰아이가 사귄 현지 친구 중에는 물고기 잡기의 달인도 있다. 큰아이에게 그물 던지는 방법과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같이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달인 급으로 물고기를 잘 잡는데 뉴질랜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정도의 수준으로 낚시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우랑가에는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뿐만 아니라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놀이터도 존재한다. 10대 청소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놀이터에서 소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 나가 야구며 축구 등의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던 큰 아이였기에 한국 친구들을 이곳에 불러 넓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다 보니 본인 소유의 핸드폰이 있어도 잘 가지고 다니지 않고 자신의 번호나 부모님의 번호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큰아이 주변 아이들만 그러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여태 보아온 이곳 아이들은 한국의 아이들처럼 핸드폰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친화적인 활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하는 편이다.

한국 친구들을 무척 그리워하면서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며 현지 아이들 못지않게 잘해나가고 있는 큰아이가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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